수학여행을 다녀와서 우리 반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학생회 워터월드 행사였다. 워터월드는 학생회의 체육볶음부(=체육보건부)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물총놀이를 하는 행사였다. 여름이 되기 전부터 만나는 학생들마다 물총놀이는 언제 하냐고 내게 물어볼 정도로 아이들의 기대감은 매우 컸다.
체육볶음부의 부장인 아진이는 학생들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행사가 있기 2달 전부터 미리 행사를 준비했다.
"선생님, 전교생이 다 운동장에 나오면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니깐 오전은 유치원부터 3학년까지, 오후는 4학년부터 6학년이 물총놀이를 하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숫자도 딱 맞아요."
"선생님, 풀장을 2개로 하는 건 어때요? 하나는 유치원에서 빌리고 하나는 우리 반에 우진이가 집에서 들고 오기로 했어요."
"선생님, 제가 타오바오(=중국 쇼핑몰)에서 물총이랑 물풍선 괜찮은 거 찾아놨어요. 바가지도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그것도 찾아봤어요."
"선생님, 단순 물총놀이 말고도 물과 관련된 게임을 하는 부스를 운영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부스 운영은 체육볶음부에서 하고요."
아진이는 수시로 내게 와서 부서에서 의논하고 준비한 것들을 보고했다.
행사 운영은 아진이가 제안한 대로 저학년은 오전, 고학년은 오후에 하기로 했고, 우진이가 집에서 들고 온 풀장이 설치가 너무 번거로워 풀장은 1개만 운영하기로 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풀장은 물충전하는 용도로만 쓰기로 했다. 아진이가 제안한 물풍선, 물총, 바가지는 그대로 주문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부스를 만들면 부스 담당자들이 물총놀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거 같아서 부스 운영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우와!!! 신기하다!!!"
호스로 물풍선 주꼭지에 물을 넣자마자 동시에 물풍선 여러 개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학생회 아이들은 아침부터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 나와서 풀장과 물풍선에 물을 채웠다. 중간에 풀장이 몇 번 엎질러지는 사고가 있었으나,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 반드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쳐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그 땡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행사 준비를 했다.
오전에는 저학년이 먼저 물총놀이를 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저학년은 물풍선과 바가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도 나오셔서 같이 물총놀이를 즐기셨다.
드디어 오후에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터월드가 진행이 되었다.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물총놀이를 즐기기로 했다.
'그래, 선생님 가오가 있지. 난 물총보다 강력한 호스로 싸워야지.'
물총 대신 호스를 들고 아이들에게 물을 뿌렸다.
"와... 선생님 반칙 쓴다. 얘들아 전부 선생님 공격!!!"
"끄아아악!!! 와... 학생이 선생님을 물로 때린다..."
456학년 아이들의 연합 공격으로 결국 호스까지 빼앗긴 나... 아이들은 물풍선과 물바가지까지 들고 와서 집요하게 나를 공격했다.
"너무 교실남 선생님만 공격하는 거 아니야?" 옆에서 구경하시던 올해 새로 오신 교무부장님도 같이 동참해서 물총놀이를 했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그 어떠한 벽도 없이 동심으로 돌아가 현재를 즐기는 순간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얘들아, 오늘 행사는 즐거웠어?"
"(이구동성으로) 네!!! 너무 즐거웠어요!"
"그럼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뒷정리를 해야지? 자, 4학년은 풀장 쪽 물 빼고, 5학년은 물총 모으고, 6학년은 물풍선 잔해들 치우자."
아이들은 책임감 있게 뒷정리까지 잘 마무리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놀이는 뭐냐고 아이들에게 물었을 때, 항상 나오는 행사가 물총놀이라고 할 정도로 워터월드 행사는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선생님에게도 기억에 남는 즐거운 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