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그가 나를 깨웠지만 나는 좀 더 자볼 생각에 눈을 뜨지 않고 몸만 뒤척였다.
"이 게으름뱅이, 어서 일어나지?"
"응? 게으름뱅이? 좀 더 자고 싶을 뿐인데 게으름뱅이라고?"
게으름뱅이라는 말에 왠지 기분이 상한 나는, 바로 대꾸해버렸다. 그는 나를 깨우던 걸 잠시 멈추고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그가 가만히 앉아 골똘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지금은 어제 먹은 두어 잔의 막걸리 탓인지 모든 것이 다 귀찮았다. 잠시 뒤 그는 말했다.
"맞아. 조금 더 자고 싶은 것 정도로는 게. 으. 름. 뱅.이라고 할 수 없지. 진정한 게으름뱅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그리고 남들이 봤을 때 그가 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안 하거나 미루고 있는 걸 이야기해. 하지만 만약 지금 네가 당장 원하는 일은 자는 건데 자는 것으로 인해서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그의 말은 길었고 어느새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이제 그는 없다. 하지만 그의 온기는 남아있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하지만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신기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