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 사랑하기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by 마늘






"있잖아, 잊힌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예전에 재미있게 본 만화 중 <원피스>라는 제목의 만화가 있는데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와.





<사람들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이 총알이 뚫렸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결렸을 때...? 아니...!!

맹독 수프를 먹었을 때...? 아니..!!

... 사람들에게 잊혔을 때다...!!>.






"예전에 재미있었던, 의미 있었던 것들이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게 되면서 잊혀갔지만, 유독 이 대사만 지금까지 잊히지 않고 남아있어. 아, 그래. 그런 와중에도 이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다는 건 그건, 엄청난 일인 거야. 그렇지? 기억에 남아있다는 것은 결국 잊히지 않고 있다는 거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라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 수 있다고. '누군가는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그리고 추억하고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밝아질 날을 위해 끈기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몇 년 전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극장에서 함께 라라 랜드를 보고 나오면서 그가 한 말이었다. 그의 말은 떠올랐지만 더 이상 그가 생각나지는 않는다. 그의 눈, 머리카락, 발목, 아무리 그를 기억하려 해도 그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를 잊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직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봄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차다. 작은 담요를 부탁해 다리를 덮는다. 춥다고 생각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테라스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문다. 갑자기 그가 즐겨 마시던 단내 나는 제임슨이 생각난다. 그는 지금도 그 제임슨을 마시며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끈기 있게 살아가고 있겠지만, 이제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담배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바람소리보다 커지기 시작한다. 난 차가운 철제 테이블에 팔을 괴고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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