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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문턱에 가 본 분들

 - 수술실이란 극장 (Operative theatre) 12 화


 천국이 있을까? 아님 극락이라도? 아무도 알 수가 없지만 있다고 믿는 분들도 많고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그 논쟁이 전쟁을 일으킬 정도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쟁은 종교 전쟁인 것 같다. 수 천 년을 그 문제로 싸우고 있으나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이고 결론이 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사람이 살아가다가 이 세상을 뜨면 그 존재가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참 허무한 느낌이 든다. 세상을 떠나도 천국이나 그 어떤 장소에서 이 세상에서 만났던 존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천국을 다녀왔다고 주장하고 책을 내서 유명해진 두 소년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한 소년은 자동차 사고로 두 달 동안 혼수상태였을 때 천국을 보았다고 주장하고 ‘천국에서 돌아온 소년’이란 책을 2010년에 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2015년에 본인이 그 당시 세상의 관심을 받기 위한 거짓말을 한 것이고 책 내용 또한 거짓이라고 밝히면서 그 책의 출판 인쇄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소년인 당시 4살이었던 콜튼이라는 소년은 장 수술을 받는 중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약 3분 정도 천국에 다녀왔다고 목사이자 아빠인 토드에게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아이가 한 이야기를 아빠가 기록하여 ‘Heaven is for real' 이란 책을 내었는데 17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인정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 천국에 다녀온 소년‘이라는 영화로 2014년에 상영되어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였다고 한다. 나도 그 영화는 본 적이 있는데 주인공 꼬마가 애기 천사처럼  예쁘고 귀여웠던 게 기억에 남는다.     


 매우 드물지만 수술실에서 심장이 거의 멈춘 상태로 있다가 다시 극적으로 소생한 환자분들이 있다. 수술 장에서 일어나는 심 정지는 대부분이 수술 시 일어난 과다 출혈로 인한 것으로 이런 경우 수술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된다. 그런 환자 분 중에 흉부외과 폐암 수술을 받았던 30대 후반의 남성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 


 환자분은 거의 체중이 100 kg 정도였고 키도 180 cm가 훌쩍 넘는 그야말로 건장한 남성이었다. 흉부외과 집도의 선생님께서 폐혈관을 박리하다가 손상이 가면서 급격한 혈압의 감소를 보였다.


 수술실은 병원 구역 안에서도 청정지역으로 구분되어 감염의 요소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각 방끼리 연결 통로는 따로 없고 출입문만 있는 폐쇄적인 공간으로 설계된다. 그러다 보니 옆 수술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수술실 안에서 환자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알림 버튼이 있다.


 우리 병원에는 두 개의 알림 버튼이 있는데 하나는 ‘마취과’ 란 방송이 수술실 안에 퍼지는 버튼, 다른 하나는 ‘코드 블루’라는 방송이 울리는 버튼이다. 앞의 방송은 환자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마취과 인력을 요청하는 버튼이고 ‘코드 블루’란 그야말로 환자의 심정지가 일어난 상태를 알리고 심 폐 소생술 할 인력을 요청하는 버튼이라고 하겠다.


 당시 환자의 혈압 감소로 혈압 측정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코드 블루’라는 방송이 났고 이동이 가능한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들이 모두 그 수술방에 모였다. 간호사들은 각종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약제들을 찾으러 약품 창고로 뛰어가고 심장 전기 충격기를 가져가려고 뛰고 전문의들은 혈액 투여를 위한 정맥로 확보에 뛰어들고 순간 수술실은 시장통이 되었다.


 흉곽이 열려있고 심장이 보이는 상태였기에 흉부 외과 의사가 직접 손으로 심장마사지를 하고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하고 출혈 부위 혈관을 봉합하려고 시도하고 흉부외과 팀들도 분주하였다. 에피네프린을 정주하고 여러 가지 혈압 상승제며 대량 수혈을 시행하였으나 좀처럼 환자의 심장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최소 20분은 지난 것 같았는데 흉부외과 의사가 출혈 부위를 어느 정도 봉합하여 출혈이 감소하자 갑자기 환자의 심장 박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환자의 혈압도 상승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혈압과 심장 리듬이 정상화되어 의료진들은 모두 한시름을 놓았다. 그러나 20분이나 심장 박동이 없었고 그 사이에 뇌혈류가 거의 없었을 텐데 심장마사지를 한다고는 했지만 환자의 뇌손상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수술이 종료되어 젊은 환자였기에 일단 마취에서 각성시키기로 하였는데 역시 젊음의 힘이란... 환자가 눈도 뜨고 호흡도 잘하는 것이 아닌가? 며칠 후 아침 출근길에 그 환자분이 병원 로비에서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문득 그 환자분에게 혹시 천국의 문턱이라도 보지 못하셨냐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환자분을 지나쳐야만 했다.    


  17세기 스웨덴의 천재 과학자로 뉴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스베덴 보리의 ‘스베덴 보리의 위대한 선물’ 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과학자는 57세 즈음에 천사를 만나는 영적 체험을 한 이후 27년간 천국과 지옥을 누빈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그 후 이 과학자의 사상을 연구하는 스베덴 보리 학회가 생기고 그 종교적 이념을 이어받은 ‘새 예루살렘 선교회’라는 독립적인 교파도 생겼다고 한다. 그는 본인이 본 천국과 지옥에 대해 주장하면서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한다.


 반면에 ‘인생 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현대 호스피스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여의사로 학문적으로나 암환자들 치료에 많은 업적을 남긴 여의사이다. 그러나 말년에 뇌졸중으로 건강이 안 좋을 때 본인이 직접 임사 체험을 여러 번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쓴 책인 ‘생의 수레바퀴’의 후반부에서 ‘페드로’라는 영과 만나는 이야기나 영들을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부분에서는 나의 지식의 그릇 안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음 직전에 겪는 이러한 기이한 체험을 ‘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라고 부른다. 이러한 경험을 했다는 분들이 꽤 있는데 ’ 유체 이탈 (Out-of-body experience)‘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3인칭으로 바라보는 경험에서는 비슷한 것 같다. 의학적으로 일부에서는 뇌의 저산소증이 만들어낸 환각이란 주장도 있고 일부는 의학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의식 세계라는 의견도 있다는데... 나는 뇌 과학자도 아니고 독실한 종교인도 못 되어 그냥 궁금할 따름인데 가능한 천국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친정 부모님께서는 모두 독실한 천주교 신자 셨기에 말년에 거동이 어려웠을 때도 성당에는 나가시려고 노력하셨고 생전에 새벽 4시부터 자녀, 손자, 친척들을 위한 기도를 몇 시간씩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에 수많은 교회와 종교 단체가 있고 수많은 종파가 있는데 이러한 종교가 천국과 지옥이란 개념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아는 바가 없지만 천국은 꼭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리고 부모님들께서 그분들의 생전의 기도대로 그곳에서 평안하시길 기원한다.  




         


    제목: Heaven is for real (한국에서는 3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토드 부포와 린 빈센트 공저, 2010)    


 출간 후 뉴욕타임스 17주 연속 종합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도서이다. 토드 부포는 네브래스카 주의 임페리얼에 있는 크로스로 뒤 웨슬리언 교회의 목사로 아들 콜튼의 이야기를 듣고 작가 린 빈센트의 도움으로 쓴 도서이다. 4살에 천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콜튼은 이제 12살의 소년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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