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아가씨!
아줌마도 아가씨가 될 수 있는 공간, 병원
신졸(신규졸업생)시절, 동기사이에서 종종 올라오던 싸이월드 업로드용 사진이 있었다.
바로 '사원증'
소속부서, 사진과 함께 직급과 이름이 적혀있는 그런 보통의 사원증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끼리 얼마나 '맞아 맞아'라며 공감을 했는지. 단순한 그 사원증이 왜 공감이 갔을까. 그건 바로 나는 '물리치료사'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게 왜?'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다. 그건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하루만 일해봐도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이라는 곳에 들어가면 먼저 접수를 해야한다. 접수 데스크에 있는 원무과 직원에게 '아가씨'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름이 호출되고 의사와 만나게 되면 '아이고 의사선생님'이라고 말을 한다. 자신을 안내해주는 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에게는 '그런데 아가씨 ,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되나?'라고 묻기 쉽다. 그런 환자가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내가 있는 '물리치료실'이다. 여기서도 당연히 여자직원은 '아가씨'로 통한다.
간혹 물리치료실에 있는 남자직원에게는 '실장님'이라며 호칭을 붙인다. 젊은 환자들은 호칭이 애매한지 '저기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어김없이 '아가씨', 잘 불러주면 '간호사'다.('간호원'이라고 부르시는 분도 계신다^^)
물론 그 차이를 잘 몰라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많을거다. 일하는 우리야 의료인력을 구분하기가 쉽지만, 병원을 가끔 이용하시는 분들을 그 차이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혈기왕성한 신졸인 20대때는 그렇게 부르는 환자들에게 '치료사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요청을 했다. 물론 연세 많으신 분들께는 그러지 못했다. 말씀 드려도 '아가씨'는 물론이요 '아가'라고 불리기도 했으니까.
가끔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이모'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끼리 '여기가 술집이가, 밥집이가'라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아직도 '이모'라고 부르는 사람이 가끔 있으니, 우리나라의 이 혈연관계는 언제쯤 병원에서 사라질지 의문이다.
어떤 분들은 '치료사 선생님'이라며 깍듯이 불러주시는 경우도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아가씨'나 '이모'라고 부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한지도 아이를 낳은지도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아가씨라고 불러주니 고맙다고 해야하나. 40대 아줌마가 되어버린 나는 그런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