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 [시즌1] PART I. 증언

허미래가 남긴 여섯 개의 증언

by 밀리폭

이 기록은
허미래가 미래에서 돌아와 남긴
일곱 개의 증언을

현미리가 옮긴 것이다.


허미래는
기본소득이 제도화된 사회를 직접 경험하고 돌아온 인물로서,
그 사회가 무엇을 성취했는지보다
무엇이 먼저 붕괴되었고,
어떤 순서로 복원되었는지를 증언한다.


이 증언들은
이상적인 유토피아의 설계도가 아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지 않았을 때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지를
거꾸로 추적한 기록이며,


윤리, 권력, 질서, 삶, 개인, 자유, 지구라는
일곱 개의 붕괴 지점을
각각 하나의 구조로 대응시킨
사후 보고서에 가깝다.


이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붕괴를 늦추기 위해 설계된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리고 다음의 일곱 개의 증언은
그 시스템이
어디에 개입했고,
무엇을 바꾸었으며,
어떤 한계 위에서 작동했는지를
차례로 기록한다.


증언 1 — “보편적으로 기여하고, 보편적으로 배당받는 하나의 장치”


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기여는 점점 숫자로만 환원되기 시작했다.


노동은 임금으로만 평가되었고,
돌봄은 공백으로 남았으며,
소비는 세금으로만 기록되었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기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었다.


윤리가 무너진 이유는
사람들이 기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여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기본소득은
새로운 도덕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던 기여를
보편적으로 승인하는 장치다.


증언 2 — “로비의 무게를 바꾸는 방식, 공동기여 계정”


권력이 왜곡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결정은 언제나 대표되지 않았다.

정책은 토론되었지만
자원을 가진 쪽의 목소리가
더 멀리 도달했다.
로비는 사라지지 않았고,
기준은 반복해서 왜곡되었다.

그래서
권력이 왜곡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기본소득에서 공동기여 계정(Common Contribution Account)은
시민이 의견이 아니라
자원으로 정책에 참여하게 만든다.

이 구조에서
정책은 설득의 결과가 아니라
배분의 결과가 된다.
권력은 자본에서
시민으로 이동한다.


증언 3 — “범죄자의 기본소득을 회수해, 범죄자의 미래를 다시 만든다”


질서가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질서는 점점 설득력을 잃었다.

법은 존재했지만
집행되지 않았고,
처벌은 반복되었지만
회복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질서가 붕괴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이 사회에서
범죄가 확인되면
기본소득은 정지된다.
그리고 그 몫은
갱생과 치료, 회복을 위해
되돌아간다.

처벌은 끝이 아니라
되돌림의 시작이다.
질서는 배제가 아니라
책임의 구조 속에서 유지된다.


증언 4 — “소비세 증세를 배당으로 되돌리는 도시 설계”


삶이 밀려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도시는 성장했지만
사람들은 밀려났다.
관광은 늘었지만
삶의 자리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삶이 밀려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이 사회는
기존 세금에 10% p를 추가 증세해
소비세 약 20~35% 구조를 만들고,
그 전부를 배당으로 고정했다.

전 국민 기본소득 5%,
해당 지역 주민 배당 5%.
증세된 몫은 숨겨지지 않고
정직하게 시민에게 되돌아간다.

도시는
사람을 밀어내며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며 번영할 수 있게 된다.


증언 5 — “지구기본소득은 안전한 개인 식별 위에서만 가능하다”


개인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개인은 이미 식별되고 있었다.

문제는 식별이 아니라,
그 식별이
배당과 보호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이 사회에서
개인 식별은 감시가 아니라
중복 없는 배당과
책임의 귀속을 위한
기술적 조건이다.

식별은 통제가 아니라
연결을 위한 최소 장치다.


증언 6 — “멈춰도 무너지지 않는 바닥이 생긴 사회”


자유가 고갈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루저’라는 이름은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멈추면 뒤처지고,
쉬면 설명해야 했으며,
불참은 곧 실패가 되었다.

그래서
자유가 고갈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자유는 선택의 개수가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여백에서 생긴다.
기본소득은
그 여백을 모두에게 분배한다.


증언 7 — “1% 공동기여 풀이 만들어낸 생태계의 변화”


지구가 회복을 멈추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


기본소득 이전 사회에서,
지구는 항상 비용의 마지막 항목이었다.

환경은 도덕의 문제였고,
책임은 선택 사항이었다.

그래서
지구가 회복을 멈추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해졌다.

이 사회는
기본소득의 10%를 공동기여로 고정한다.
그중 9%는 개인이 지정하고,
1%는 지구 환경을 위해 자동 적립된다.

윤리는
선택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남은 질문


허미래의 일곱 개의 증언은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라,
붕괴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록이었다.

윤리 → 권력 → 질서 → 삶 → 개인 → 자유 → 지구.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기본소득 시스템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교차하는 이 시대에서,

인간의 삶과 지구의 균형이

동시에 흔들리는 순간을

얼마나 더 늦출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