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배려주의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문제점이나 불가사의한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무언가를 할 때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세부사항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신은 디테일에 있다'도 있다.
어제 문득 약을 정리하다 보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인성을 나타내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일하는 곳에서 약봉투를 정리할 때 바구니에 세워서 일렬로 정리한다. 이유는 여러 병동이 섞여있으니, 병동별 약 정리를 하는 다음 사람이 보기도 편하고 약이 섞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얘기해도 늘 약봉투를 섞는 S약사가 있었다. 배려심 제로.
그 약사는 지난번 글로도 이야기했다.
한편 새로 들어온 사회복무요원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봉투 정렬을 완벽하게 한다. 늘 어떤 일을 시켜도 시킨 것보다 2배 이상 훌륭하게 하니 칭찬이 자자하다. 제대 후 어딜 가도 사랑받을 이유는 충분.
항암주사조제실에선 아침마다 전날 다 쓴 주사기를 새것으로 가득 준비해 두는 포지션이 있다. 어느 날부터 주사기가 꽉꽉 채워져 있어 이상하다 싶었는데, 새로 온 약사님이 오전에 바쁠까 봐 퇴근 전에 주사기를 채워놓고 가신다는 걸 알았다.
역시나 사랑받는 약사님으로 인정받는 건 당연!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 나와야 한다거나 똑똑해야 사랑받는다고? 이런 말들은 많지만 내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겪어보니, 머리 좋고 약아빠진 사람보다는 세심한 배려와 디테일로 일하는 사람이 더 사랑받더라.
교묘하게 배려하는 당신이 위너.
오늘 뭘 어떻게 사소하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배려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