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탓이오 운동본부를 만들 뻔했다.

내 탓이오 운동을 거부한다?

by 에너지드링크

나는 천주교 신자였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지금은 모든 종교의 진리는 하나라고 생각해서 안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기는 했지만 이 기도를 하면서 진짜 내 탓이라 각한 적이 없었다.


아니 모든 게 왜 내 탓이냐는 말이다.

출근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오토바이는 하필 왜 내차를 들이박았는데?


3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반대편 자리에서 떤 할아버지께 시비 거는 아저씨를 쳐다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아저씨가 달려와 "어딜 째려보냐?"며 내 뺨을 때린 일은 또 어떻고?

이 세상 일은 모든 불합리하고 이상한 데다가 말도 안 되는 일만 가득했다.

이것들이 모두 내 탓이라고 하면 나는 정말 재수 없는 여자가 되는 거였다.

그러니 진심으로 내 탓으로 받아들이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내 탓 아니고 이건 분명 남 탓인 것이다.

속된 말로 '니탓'!!!!

친구들에게 [니 탓이오 운동본부]를 만들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실제 만들었으면 가입자가 어마어마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직장에서, 길거리에서, 또 집에서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짜증 나는 일 앞에서 속수무책 당하는 나는 늘 피해자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분노가 쌓이면 쌓일수록 몸이 아프고 일은 더 힘들었다.


특히 힘들었던 2018년. 일은 일대로 힘들고, 육아는 지치고 의 시체 같은 상태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운동 본부는 못 만들었지만 꾸준히 남 탓도 하고 있었다. (나름 실천 대장?!)

그런데! 2019년 2월. 갑자기 내 머릿속에 생각이 들어왔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


무엇을 검색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연관 검색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털 카페에 들어갔다. 다들 감사일기라는 걸 직접 쓰기도 하고 카페 글에 감사 댓글을 다는 곳이었다.


'인생 별거 있나? 뭐가 감사하다는 건지?'

그래도 자꾸 보다 보니 나도 한 줄 쓰고 싶어 졌다. 그래서 노트에 내 생각들을 적기 시작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직장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쓰다 보니 꽤 쓸게 있었다. 뭐 써보니 나쁘지 않네~

그렇게 한동안 혼자서 감사의 글들을 써나갔다.


문득 오토바이 사고를 떠올렸다. 내가 차 백미러를 제대로 봤어야 하는데..

지하철에서는 눈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안경도 안 낀 내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눈이 애매하게 나빠서 가끔 안경을 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시력이 좋아져서 안경조차 안 낀다.)

어라 이상하다. 다 내 탓이었나? 모든 순간이?


감사 일기는 조금씩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었다.

네 탓만 할 때는 세상을 향해 욕만 퍼부었는데,

내 탓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보였다.

그렇게 처음 보는 '내 탓 세상'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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