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여유

내가 찾은 여유 한잔

by 에너지드링크

티브이에서 보면 직장인들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우아하게 일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썸 탈 일이 있으면 뜬금없이 커피를 쏟을 일이 생기고~ㅋㅋ

커피 한잔을 떠올리면 나는 여유가 떠오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침의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아침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엄마가 깨워서 겨우 일어났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출근 준비부터 허겁지겁, 도착하면 아침부터 주어진 업무로 바빴다.

결혼해 아이가 생긴 후에는 내 출근 준비와 더불어 아이 어린이집 등원까지 겹쳐 정신을 더 잃었다. 아이에게 늘 빨리 준비하라는 재촉을 해대고 한바탕 출근 전쟁을 치르고 나면 나는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그러니 업무 시작부터 피곤한 상태로 일하다가 중간에 마시는 커피는 내가 생각한 '여유'의 의미라기보다는 '각성제'에 가까웠다.


삶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였던 것도 그즈음이었다. 삶은 더 이상 행복하고 즐거운 게 아니라 견뎌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눈떠서 자기 전까지 나에게 여유란 1도 없었다. 커피는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싶을 때 복용하는 약과 같은 것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무슨 행복인지, 도대체 이 아침의 여유란 언제 생긴단 말인가. '


곰곰이 되짚어 보니 나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삶 속에서 내 시간이 없는 게 불만이었다. 그걸 일하며, 아이 키우며, 커피도 한잔 못 마신다며 늘 불평을 해댔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뜩 드는 사건이 있었다. 내 뒤로 들어온 사람이 상급자 자리로 가면서 일을 맡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가르치면서도 속이 터질 정도로 답답해 늘 야단치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 자리에 가는 모습을 보니 나는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살림도 직장일을 핑계로 엉망으로 하고 있다는 현실 자각의 시간을 맞았다.

더 이상 이런 몽롱한 상태로 살다가는 커피 한잔이 아니라 몇백 잔을 마셔도 정신을 못 차릴 터였다.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달라지겠다고 결심했을 때 제일 먼저 아침을 바꿨다. 아무리 머리를 짜 봐도 아침 시간만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0분씩, 20분씩 조금씩 늘려 출근 전 최소 두 시간을 확보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멍을 때리는 것도 좋았고, 가끔 해가 뜨는 걸 보는 것도,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았다. 나 혼자 있는 시간. 드디어 여유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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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는 커피도 필요 없었다. 온전히 나를 느끼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고, 감사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고..

오롯이 쓰는 내 시간이 확보되자 드디어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집안일도 회사일도 그 각각의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임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여유란 그렇게 내가 찾는 것이었다.


꼭 아침이 아니어도, 내 시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면 커피 한잔쯤 안 먹는다 한들 내 정신을 맑게 유지할 수 있다. 오늘도 이 아침의 행복에 감사하며 생수 한잔을 마셨다.

지금 내가 원하는 일의 표면이 아니라 내면의 의미를 찾아보길.

그렇게 원하던 커피 한잔의 여유가 나에게는 그저 내 시간의 확보였다는 것. 그것을 아침 기상을 통해 이루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오늘도 아침의 기쁨과 행복을 같이 하고 글을 읽어주는 당신께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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