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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s voice Oct 21. 2021

6. 그곳에서 행복하니?

-복숭아 미소 그녀를 추모하며-

우연히 인터넷 창에서 어느덧 희미해진 이름을 보는 순간, 

마음에 큰 돌 하나가 툭 던져진 것 같아 기사를 열어보았습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211014070101939     


10.14일은 한 연예인이 이 땅을 하직한 날입니다. 오랜 시간 연예인으로 살았던 그녀는 우리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고 제시하는 가치에 순응하기보다 자신이 원하고 동의하는 가치를 추구하고 드러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이슈메이커로, 어떤 시선에게는 소신과 당당함의 상징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아까운 인생을 포기할 정도로 그녀를 괴롭게 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그녀와 지금도 함께 살아갈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정리해봅니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뒤르켐은 개인이 사회의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은 개인이 속한 사회의 영향을 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특징들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고 사회라는 통로를 통해 전수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자연인으로서 백지상태인 인간이 사회적이고 도덕적 존재로 살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사회는 담당하고 있다는 거죠. 사회는 스스로 유지, 보존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인간생활 중 공통적이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성들을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육은 그를 담당하는 가장 신뢰 로운 영역이죠. 

그렇게 그 사회 환경 속에서 널리 통용되는 규율을 준수하도록 요구받으며 개인은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는 규칙을 개인에게 부과하는 강력한 세력입니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 때로는 감정까지도 직접/간접적으로, 의도적으로/암묵적으로 지배하고 구속하는 힘을 ‘사회적 사실’이라고 불렀습니다.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 1858-1917)


개인이 아무리 자유롭기 원한다 해도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그런 사회적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겠죠. 의무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선택에 압력을 주는 사회의 힘을 의미합니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사실은 인간을 통제하는 힘을 지니고 있고, 동시에 감정, 행위, 사유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복잡한 버스에 앉아있는 내 옆에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짐을 들고 서계실 때 마음이 불편한 것도, 아무리 답답해도 마스크를 끼고 있는 것도, 누구나 자신의 자유를 찾을 권리가 있지만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것도 모두 사회가 정한 규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사실에 의해 다채로운 삶의 모습, 각각 다른 사람들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안정과 통합을 이루어나간다고 뒤르켐은 해석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사회인으로서의 모든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것을 배운다고 뒤르켐은 말했지만, 사실상 사회가 요구하는 ‘공통적’인 특성은 사실 누군가의 기준이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또 사회적 사실만 강조되면 개별 행위자의 주관적 생각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워지기도 하죠. ‘보편적’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사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특정 집단의 삶을 중심으로 한 지식이나 가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그 내용이 ‘일반적’ 상식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시된다면 그건 교육이 아닌 억압과 폭력이 됩니다. 기존의 가치규범이 엄격하게 모든 집단에게 적용되면 사회가 안정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공격하고 비난‘해도 되는 근거’가 된다는 거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내면과 마음은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 버려요. 

<나에게는 진리, 너에게는 비난이었던 나의 말들>

설리가 보여준 가치, 행동, 생각은 2019년의 한국 사회가 젊은 여성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관습적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안정과 통합을 위한 ‘사회적 사실’에 크게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뒤르켐의 사회적 사실 개념이 나쁜 거라기보다 ‘쟤 왜 저래’라는 말을 내뱉게 된 건 사회적 사실을 빙자한 우리의 폭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규범이 충분히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정체성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비난받고 통제당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정말 외로웠을 것 같습니다. 

다시는 ‘내게 익숙한 기준’이 사회 전체를 위한 규범인 것처럼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으리라 다짐해보면서... 

진심으로 그녀의 명복을 빕니다.  


* 커버 이미지 출처 <"나 말곤 친구도 만나지 마".. 과도한 집착도 데이트 폭력입니다>  中에서 

https://news.v.daum.net/v/20210418090019834?s=print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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