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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Sep 18. 2022

하루하루 쌓다 보면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Urdhva Dhanurasana)

요가를 시작하던 무렵 목표로 두었던 자세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차투랑가 단다아사나, 그리고 또 하나는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다. 팔 힘이 많이 부족한 나에게 이 두 가지 자세는 언제나 로망이었다.


바닥에 누워 다리를 세운다. 발과 엉덩이의 간격은 두 손을 뻗어 양 발이 손에 닿는 정도가 적당하다. 손을 얼굴 옆으로 가져와 단단하게 짚는다. 두 팔과 다리로 몸을 들어 올린다. 양손과 발이 바닥에 단단하게 붙어 팔과 다리를 지지하며 배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 누운 활자세다.


@jason_crandell


쉽지 않았다. 요가를 시작하고 반년 동안 한 번도 몸을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힘만 주다가 실패하면 어쩐지 허탈했다. 앉아서 다른 수련자분들이 해내시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한 번은 내가 또 낑낑거리며 용을 쓰고 있자 강사님이 “할 수 있는 몸의 조건은 갖춰졌으니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 욕심이 생겼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니 몸이 더 긴장되었고, 동작은 여전히 되지 않았다. 이미 욕심이 생겨버려 실망이 더 커졌다. 나는 언제 이 자세를 할 수 있지?


요가 동작은 ‘갑자기’ 된다. 정말 불현듯, 생각지도 못한 때에 갑자기 된다. (그래서 수련자들은 아사나가 ‘온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평소처럼 누워서 손을 짚고 힘을 줬는데 흔들흔들 몸이 들어 올려졌다. 한 번에 번쩍 올라오지 못했고, 팔과 다리는 구부러져 있었으나 분명 누워서 내 몸을 팔과 다리로 지탱하고 있었다. 신이 났다. 드디어 되는구나. 옆에서 보기에는 구부러진 활보다는 각이 진 밥상 모양이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후 수련의 시간이 더해지며 어깨와 가슴이 더 열리고, 팔다리에 힘이 생기며 점차 활처럼 둥근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직 다른 수련자들처럼 멋지게 해내지는 못하지만 이 자세를 처음 했을 때를 기억하는 나는 안다. 하루하루의 수련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는 걸. 한 번에 성큼 나아지는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조금씩 팔을 더 밀어내고, 발을 더 밀어내려 노력했다는 걸. 그 모든 순간에 노력했던 나는 오늘 내 몸의 최선이 여기라는 것도, 또한 언젠가 이 순간도 ‘before’가 될 것이라는 걸 안다.


혼자 수련하다 보면 영상을 찍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된다. 팔을 쭉 뻗은 줄 알았는데 굽혀져 있거나, 고개를 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수련 영상을 찍고 보면 부끄럽다. 부족한 게 너무 많이 보이니까. 하지만 나의 노력과 역사를 아는 이는 오로지 나 한 사람뿐이다. 현재의 결과물만 똑 떼어내서 보자면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거기에는 내가 하루하루 쌓아온 시간이 있다. 나 마저 ‘왜 아직도 이것밖에 못해?’하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모습 속에 드러나지 않는 그 모든 역사를, 그리고 그 시간을 헤쳐온 스스로를 다독이고 인정해주면 좋겠다. 타인에게 그리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나는 나에게, 당신은 당신에게 그래 주면 좋겠다.



표지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Polina Tankilev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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