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 중 하나는 ‘옷 다섯 벌 이내로 사기’였다. 해가 절 반 넘게 지나간 지금 이 목표는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다. 내가 올해 산 옷은 방한용 레깅스 두 벌과 여름 민소매 니트 한 벌. 이런 목표를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옷장 한켠에 쌓인 요가복 때문이었다.
‘운동은 장비 빨’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체온 조절을 도와주는 옷, 무릎과 발목을 보호하는 신발, 근육과 인대의 손상을 방지하는 장비 등 우리가 안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장비들은 꼭 필요하다. 나 역시 요가를 시작하며 요가할 때 적합한 옷, 예를 들면 신축성이 좋아 어떤 자세를 할 때도 방해가 되지 않고, 땀이 났을 때 잘 마르고, 선생님이 내 자세를 고쳐주기 좋은 옷이 필요해졌다.
나는 사실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이다.(https://brunch.co.kr/@leeds/8)사더라도 중고 옷을 사곤 했다. 의류 시장에서 발생시키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고, 이러한 쓰레기가 오염의 불평등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가복도 처음에는 두어 벌로 시작했다. 그러다 주 5일 수련을 하게 되며 옷이 늘어났다. 요가복 브랜드는 세일도 자주 했다. 1+1, 2+1 같은 이벤트도 잦았다. 자주 입어야 하고, 운동할 때 입는 옷은 소모품이니 저렴할 때 사두자 싶어 구매했다. 어느새 내가 수련을 하는 날 보다 요가복이 더 많아졌다. 옷장에 쌓여있는 요가복을 보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 이렇게 샀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불편한 마음은 더 이상의 요가복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일상복 역시 다섯 벌 이내로 구입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옷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21년 7월에 방영한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에 따르면, 78억 명이 사는 지구에서 한 해 생산되는 옷은 1,000억 벌로 이 중 330억 벌은 같은 해 버려진다고 한다. 헌 옷 수거함에 내놓으면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쓰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국내에서 소화되는 헌 옷은 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가나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간다고 한다. 인구 5천만의 대한민국이 세계 5위의 헌 옷 수출국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옷을 쉽게 만들고 버리는 행동은 쓰레기 발생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측면에서도 위험하다. 패스트패션 산업은 온실가스를 대량을 발생시키는 산업 중 하나다. 2018년 7월 유엔(UN)이 발표한 <지속 가능한 패션과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 파트너십>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청바지 1개를 만들 때 탄소 배출량은 자동차로 111㎞를 갈 때 탄소 양과 같다. 흰색 면 티셔츠 1개를 만드는 데 드는 물은 2,700로, 한 사람이 3년간 마시는 양과 맞먹는다.*
리나 자쿠보윅스의 <요가 마인드>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요가 수련의 8단계 중 야먀yama(금계)의 세 번째 규범인 아스테야Asteya에 대한 이야기다. 아스테야는 훔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매일 취하기만 하고 갚지 않는 도둑질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주어진 것을 감사히 여기고 낭비하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으나 세상과 자연을 향해 구하기만 할 뿐 결코 만족을 모른다. 어쩌다 자연재해로 재산 피해를 입기라도 하면 그때는 또 자연을 원망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마구잡이로 동물을 해하고 폭력을 일삼으며 그들의 생명을 취한다.”
“탐욕스러운 마음을 거두고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우리가 하는 도둑질도 비로소 멈출 것이며 자연의 고마움과 생명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것이다. 도둑질하지 않아도 자연은 우리의 필요를 다 채워줄 것이고, 우리의 삶은 충만할 것이다.”
- 요가 마인드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것 필요 없이 나의 몸 만으로 할 수 있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요가를 하기 위해 산을 깎을 필요도,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다. 전기를 쓸 필요도, 물을 쓸 필요도 없다.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는 요가복과 요가매트로, 이 역시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할 수 있다. 자연에 해를 입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요가를 할 수 있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많은 장비에 욕심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내가 자주 입는 요가복은 보풀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보기에 좀 좋지 않을 뿐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내 요가 매트에는 손자국과 흠집이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다운독 자세에서 내 두 손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다. 멋지고 좋은 것에 대한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나는 아스테야를 수련하며 지구를 착취하지 않는 요가를 할 수 있다. 또한 이 마음을 일상의 옷과 다른 물건으로 확장시켜 일상의 소비에서도 자연에 대한 아스테야를 실천할 수 있다. 요가의 삶은 ‘옷’이 아니라 ‘마음’과 ‘수련’으로 만드는 것. 반성하고 다시 수련해야지. 지구에 가벼운 요가 수련자가 될 수 있도록.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Polina Tankilevitch
*참고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130923000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