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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Jun 19. 2020

아빠, 우리 패딩 입고 북극에 가요!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레고 블록에 있는 하얀 북극곰을 보며 딸이 물었다.


"아빠, 북극곰은 어디에 살아요?"


"응? 북극곰은 북극에 살지?"


"그럼 우리 북극에 가봐요! 북극곰 보고 싶어요!"


"아... 하연아 북극은 너무 추워서 사람이 못 살아. 그래서 갈 수가 없어."


그러자 딸내미는 그게 뭐가 문제냐는 듯 반문했다.



"그럼 패딩 입고 가면 안 돼요?"


북극곰이 보고 싶어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아무리 춥고 아무리 먼 곳이라도 패딩을 입고 가면 문제 될 게 없는 거였다.

가지 못한다는 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장벽이었다.

딸에게 북극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굳이 못 박을 필요 없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참 많아졌다.

이건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없고, 저건 돈이 없어 안되고,

그건 예전부터 하면 안 되는 걸로 당연스레 인식해왔던 거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딸의 말처럼, 무엇이든 단순히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게 참 많아지는 것 같다.

이건 시간 내서 하면 되고, 저건 몇 달 모은 돈으로 하면 되고, 그건 그냥 한번 해보면 되는 거다.


어린이집에 가있는 딸아이가 빨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

아빠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너무 늦은 것 같다는 변명으로,

능력이 안 되는 것 같다는 핑계로 접어둔 많은 꿈들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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