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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단테 Nov 10. 2022

포레스트는 혼자 달렸을까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FORREST GUMP





"아니에요. 제가 한 번 다시 해볼게요. 혼자 해낼 수 있어요."


2020년, 내가 중독관리센터와 첫 통화할 때 했던 말이었다. 출근을 했는데 숙취에 너무 힘들었고 분명 전날 당분간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몇 시간 만에 다짐이 무너졌던 아침이었다. 중독관리센터는 약간 종교 같았다. 전화통화로 내 잘못을 빌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랄까.


그 이후에도 나의 술은 계속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매일 10K 정도를 러닝 하는데 러닝을 하고 난 후에 꼭 맥주를 마셨고 맥주 한두 캔을 마시면 어김없이 소주나 양주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것도 입지 않고 쓰러져 옷방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누가 보지도 않는데 다급하게 정리하고 샤워를 하며 스스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수십 번의 다짐과 미끄러짐을 반복하게 된다. 의지가 있음에도 의지는 언제나 욕망에 무릎을 꿇었다.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보이는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나의 술문제를 이야기해도 "너 정도면 괜찮아. 그 정도는 마셔야지"라는 말을 들었지만 실은 맥주 한두 캔 정도만 먹는다고 말한 결과였다. 술이 내몸을 채워갈수록 내 마음은 술이 가득한 우물에 빠져 숨도 쉴 수 없는 우울감에 삶이 조금씩 무너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서 항상 마주치던 흔한 배경들 속에서 간판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독관리센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출근 후에 어떤 곳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과거에 통화했던 그곳이었다. 나는 알코올 중독일까? 사실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한두 번 상담을 통해서 스스로 각성하고 술을 마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전화를 했다. 전화 상담을 통해 나의 음주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친절한 만남과 상담을 그 뒤로 또 거절했다.


이후 또다시 나 스스로 결심과 무너짐을 반복했다. 분명 아침에는 오늘 술은 안마실 수 있다는 믿음이 컸는데.. 저녁시간 운동을 하면서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잘 수 있다는 믿음이 컸는데... 또 다시 나는 이런 블랙아웃을 몇번 겪었을때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겪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겪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술을 마시며

'나는 필요 없는 인간이야. 나는 한계가 명확해. 난 죽어야 해. 이걸 마시고 일어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을 반복하며 천천히 자살이 되기를 기도하던 2022년 2월 어느 날 밤. 머릿속에 더 이상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생각이 가득 차자 기억을 잃고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 아침 무엇엔가 홀린 듯 나 스스로 다시 한번 알코올중독센터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단 한잔의 술도 마시지 않고 있다.




단주의 과정은 정말 어렵다. 아직도 매일 술을 마시고 싶고 술을 끊었다고 해서 행복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자 예민해진 감각들, 생각들 그리고 시선들 그 사이 내 공간을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찾아온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 공간에 찾아왔던 따뜻한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위로들과 그 위로로 인해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내 이야기를 앞으로 써보려고 한다.



술을 끊으면 행복할까?

나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면 행복할까?




아직 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고 나는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답을 찾아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중독 치료는 대화에서 해결되기 시작했다. 우울증 치료 역시 대화에서 해결되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있다. 내 삶에서 최고의 영화를 뽑으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많지만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최고의 영화라고 말한다면 "맞아 정말 좋은 영화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떤 타인들의 삶이란 마치 그런 영화 같다. 그런 영화 같은 삶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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