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단테 Nov 10. 2022

미래에서 온 사람들

알코올 중독자의 첫 번째 만남

Back to the Future


"그 모든 것이 다 과정입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다. 나에게 찾아온 특별한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거쳐간 하나의 상황일 뿐이라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저 사람들은 모두 미래에서 온 사람일까?


AA를 가게 되었다.  Alcoholics Anonymous의 줄임말인 AA는 전 세계에 있는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의 모임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게 되면 가끔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차분하게 앉아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이성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장면들. 여기서 이성과 연애를 하게 되는 장면을 빼고는 대부분의 중독자들의 모임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런 모임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있다.


거기에서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비밀이다. 당연하다.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믿음과 용기를 배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고 짧은 시간 동안 서로를 격려하며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꼭 하고 듣게 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다 과정입니다."


사실 이 사람들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처럼 미래에서 온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일까?  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겪어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어딘가 불편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양가감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경험자들의 과정과 이야기들을 듣고 그것들로 하여금 경험을 쌓고 위로를 받기 위해 모임을 참여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 오랜만에 '조'를 만났다.

'조'와 술자리를 많이 했었는데 금주를 하고는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어색하게 앉아 나의 콜라가 '조'의 맥주가 식고 있었다. '조'는 나에게 술을 끊게 된 이유와 어떤 상황이었는지 계속 물었다. 그리고 그 대화 뒤에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나는 알코올 중독이나 의존증은 아닌 거 같아."


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많은 대화와 순간 속에서 혹시나 이런 말을 속으로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다 과정이더라.'







                    

이전 01화 포레스트는 혼자 달렸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