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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Dec 02. 2021

늑대에서 우리 집 강아지로 오기까지.

망고와 나의 공생관계

세상에는 예쁜 강아지들이 너무 많다. 솜사탕같이 달콤한 얼굴을 자랑하는 비숑, 말랑한 찹쌀떡이 생각나는 말티즈, 우아한 유럽 중세 귀부인의 부풀린 머리가 연상되는 푸들, 두툼한 눈썹과 늘어진 수염이 꽤나 진지해 보이는 슈나우저 등등.

 애견미용기술이 날로 발달하여 털빨인(?) 강아지들은 그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비록 털빨은 아닐지라도 치와와, 웰시 코기나    스 훈트 등, 그들은 늘씬하거나 귀여운 몸매 또는 털의 무늬, 색깔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 귀여운 얼굴과 애교로 우리 맘을 녹이다가도 어떤 상황이 되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그르렁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때때로 놀랍고 당황스럽다. 개의 조상이 늑대이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그럴까? 용맹스러워 보이는 진돗개나 시베리안 허스키라면 몰라도 내 팔뚝보다도 작은 티즈나 토이 푸들에게서 어찌 늑대가 연상되겠는가. 

도대체 개란 존재는 어떤 식으로 인간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을까.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인간과 개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쯤은 살펴보고 지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생, 생명은 서로 돕는다, 요제프 H. 라이히홀프. 2018>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우리가 궁금해하는 개와 인간의 최초 공생의 시작점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공유해보고자 한다.


1. 빙하기의 뛰어난 사냥꾼 - 인간과 늑대

이야기는 빙하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늑대와 창을 쓰는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  - 사자, 곰, 호랑이, 하이에나 등 보다 사냥 능력뿐 아니라 협동 능력, 그리고 보행 능력이 뛰어났다. 




2. 서로 나누는 협력자로서의 관계

 이들은 사냥이 힘든 빙하기에 사냥을 성공하면 대형 노획물(주로 머메드나 대형 사슴)을 서로 탐했을 것이다. 늑대는 사냥의 성공률이 더 높은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고,  계속 인간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려 했다. 차츰 그들은 다른 늑대 무리들로부터 자신의 구역을 지켜내고, 자신들에게 충분한 양의 노획물을 나누어주는 '그들의 인간'을 보호했다. 

이렇게 늑대의 주도적인 노력의 시작으로부터 인간과 늑대의 공생은 시작되었다고 추론다. 당시 인간에게  <개>라는 개념은 없었으므로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만들기 위해 공생관계를 시작했다는 말은 덜 믿음직하다.


3. 늑대의 적응과 신뢰관계 형성

사회화와 학습능력이 있는 늑대는 점차 인간의 몸짓이나 목소리를 해석하고 반응할 줄 알게 되었고, 인간은 그들이 다른 위험을 막아주는 한, 먹이를 제공하고 그들을 가까이에 두었다. 먹이를 주는 행동은 늑대와 인간 사이에 신뢰를 만들었고, 이 둘 사이를 더 긴밀한 관계로 발전시켰다.


이렇듯 '빙하기의 늑대가 인간과 함께 먹는 구조가 시작되면서 분명히 아주 오래 걸렸을 처음의 <공생> 관계가 <개>로 변하는 길'을 열었다.


4. 정착생활

1만 년 전에 빙하기 이후의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고 나서부터, 야생의 동족과 떨어져 지내 살아남은 늑대와 인간은 그 종속관계가 더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개"화 되어간 늑대는 이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사회에 적응해 나가야만 했다. 인간은 그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족들과 떼어 놓았을 뿐 아니라, 새끼들이나 발정기의 개들을  가두어 놓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개로 변한 늑대는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여전히 야생에 남아있는 늑대는 중세 암흑기 이후 악마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늑대와 인간과의 공생 속에 이어 내려온 새로우면서도 전혀 새롭지 않은 존재인 <개> 들은 결국 인간과 서로 돕는 과정 속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이다. 공생의 테두리 밖에서 인간과 조율을 하지 못한 늑대로 남은 야생 늑대의 개체수보다 개의 개체수가 훨씬 많다는 점을 유의해 본다면, 생명은 서로 도울 때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살아남은 늑대의 후손들, 즉 모든 개들은 우리 곁에 오게 되었다. 애초에 같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하여 만난 두 생명체는 처음엔 조화로워 보였으나, 정착생활 이후 개화된 늑대는 지능이 높은 인간에게 종속되었고 그들은 점차 인간의 구미에 맞게 변형되어 내려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생관계를 이루며 사는 모양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은 사냥을 하는 대신 경제 활동을 하고, 반려견은 보호자의 마음에 사랑과 우정과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준다. 실제 자녀 대신 반려견을 입양해 사는 사람들, 노년의 외로움을 반려견과 나누는 사람들, 아이들을 반려견과 함께 키우는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이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힘이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든든하기도 하다. 두 아이가 독립해 나가고, 노년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 부부 사이에 망고는 귀여운 막내이자 때로는 그 작은 어깨에 내 머리를 기대고 싶을 만큼 나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몫을 이미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그밖에도 개들은 곳곳에서 인간을 도우며 산다. 뉴스에서 보이는 수색견이나,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마음을 치료해 주는 치료견(therapy dog) 등.  단지 내 곁의 반려견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인간 사회에서 인간을 도우며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근래의 진화이론은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최고 지향적인  '적자생존'보다는, '상대방보다 조금만 나으면' 최고가 아니더라도 또는 '친화력 있는' 생명체가 살아남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2017> <다정한 것들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2021> 참고.


이는 이 사회의 모든 개와 인간이, 망고와 내가 오래오래 다정한 관계로 잘 살아야 할 이유다.



간혹 내 옆의 반려견 망고가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망고의 꼼수가 눈에 보이고, 그의 머릿속을 훤히 알 거 같다. 그러다가도 아, 얘 개였지! 하는 순간이 있다.  아마도 망고에게 남아있는 늑대의 냄새가 기는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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