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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Jan 31. 2022

엄마가 사라졌다.

망고에게 엄마 없는 세상이란.

휴가를 얻었다. 그것도 장장 26일간의 긴 시간이었다. (마지막에 급작스레 일주일이 연기된 사연으로 총 33일이 되었는데, 그 사연은 뒤편에 소개하기로 함)

망고와 시간 떨어지는 건, 2010년 겨울, 망고가 세 살 무렵 미국에 거주하던 시절에, 한국에 계신 시부모님이 40여 일 상관으로 돌아가셨을 때 집을 비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년 전인 2020년 봄에 아들이 방문하기로 했지만, 코로나의 성행으로 일정을 취소하고 난 후, 꼬박 이 년 동안 아들을 만날 수 없었다. 영주권도 포기하기로 하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니 마음이 헛헛해지고, 미국에 있는 애들이 보고 싶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보다 못한 남편은 애들한테 다녀오라고 권하며 망고는 자신이 잘 돌보겠다고 걱정 말라했다.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내심 망고가 맘에 걸려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남편은 한 번도 망고 이빨을 닦아본 적이 없었으며, 긴 산책을 단 둘이 해본 적도 없었다. 건사료를 잘 안 먹는 망고를 위해 치킨을 삶아줘야 하고, 원활한 배변활동을 위해 고구마를 간간이 쪄주어야 한다. 게다가 추운 겨울이니 나갈 때마다 옷을 입혀줘야 한다. 이 모든 걸 남편이 잘 해낼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주 정도만 생각했다. 남편은 이주 돌볼 수 있으면 한 달도 가능한 거라고 나를 안심시키며 이왕 가는 거 넉넉하게 다녀오라고 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러고 싶었지만 망고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해 차마 말을 꺼내기 어려웠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적당히 등 떠밀려 가는 모양새로

10월 중순에 12월에 떠나는 미국행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망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애잔함이 밀려왔으나, 설레어 콩당대는 맘 또한 나의 진심이었다.

무렵엔 코로나 확진자수가 살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해외 입국자들의 격리기간없던  때였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게 순조롭지 만은 않아야 정상이듯, 11월 초가 되자 "오미크론" 얘기가 슬슬 뉴스에 등장했다. 정말 우앙 하고 눈물을 터뜨리고 싶었다. 어떻게 내린 결정이고, 얼마나 고심 끝에 산 비행기표란 말인가! 애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상상 만으로도 모든 순간이 샤랄라 하게 변하는 기다림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는 연일 보도되는 오미크론의 확산 소식에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되었다.

울상은 지었지만, 이미 비행기 탄 내 마음은 망고를 두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다행히도 입국과 출국의 강화 조치는 내려졌지만, 미국 입국 시 격리 문제는 포함되지 않아  다녀오는 데엔 지장이 없었다. )


"망고야, 미안해! 그래도 엄만 다녀와야겠다. 아빠하고 잘 지내고 있어.

이대신 잇몸이 니 성에 안찰 때도 있겠지만, 아빠랑 외롭지 않게 아빠 허벅지 옆에 꼭 붙어 자고, 엄마 냄새나는 이불에 누워 모자란 엄마를 기다려줘.

고 마 워!"


난 그렇게 당부를 하고 떠났지만, 망고는 괜찮지 않았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내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로, 남편은 날마다 망고의 컨디션을 전해 주었는데, 그 녀석은 스트레스로 매일 먹은 걸 다 되돌려 놓곤 했다. 한 열흘 정도 그런 거 같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충격으로 다가온 탓이다.

후에 다니던 동물병원 샘에게 물어보니, 망고 정도면 양호한 거라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애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한 주인에 대한 믿음은 너희들의 우주이자 세계일 텐데, 그 주인의 부재는 온 세상이 무너진 듯한 상실감을 가져다주는 것이리라.

알면서도 때론 헤어져야 하는 순간 느껴지는   유죄 의식과 마음의 고통은 모든 애견인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일 거다.


망고는 열흘쯤 후부터는 적응이 되었는지, 엄마를 잊기로 했는지 더는 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남편이 나와  영상통화를 하며 내 모습을 망고에게 보여주고 나면 망고는 표정이 더 울적해져 방구석으로 가서 슬픈 뒤통수를 보이며 누워있곤 한다고 해서 이후, 우리는 영상 통화도 자제했다.


지금 망고는 내 다리에 등을 대고 쿨쿨 자고 있다. 평화롭고 마음이 안정되는 순간이다.

이 엄마도 그동안 너의 꼬리꼬리한 냄새와 너의 무게감과 부피감의 부재로 잠들기 참 어려웠음을 자는 망고 귀에 대고 고백해 본다. 귀가 꿈틀거린다. 이미 망고는 엄마의 부재 따윈 다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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