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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Feb 16. 2022

그렇게 동물을 좋아했어요?

친절함이 나를 구원한다.

엄마, 그렇게 동물을 좋아했어요?

딸애가  그녀의 캠퍼스에서 만난 다람쥐를 보고 좋아라 하는 나를 보며, 우리 엄마가 맞나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게, 나 언제부터 이렇게 동물을 좋아했지? 예전에 우리 주택에 살 때 뒷마당에 다람쥐 다니면, 다람쥐도 쥐라고 징그럽다 한 거 같은데...

엄마가 변했어.


망고를 두고 온 허전함에서 그랬을까. 나는 텍사스에 머물던 내내 동물들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공항에서 만난 여행길에 오른 강아지,


공항요원과 한 몸으로 다니던 수색견,


거리를 산책하던 많은 강아지들과

카페에서 할아버지는 커피를, 강아지는 햇볕을 즐기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바람을 쐬며 주인과 교대로 급한 용무를 해결하던 강아지,



에어비앤비 숙소의 강아지와 다람쥐,


딸 친구의 부탁으로 먹이를 주러 들른 친구 집에서 같이 놀았던 고양이,


주립공원에서 본 바이슨(들소),


동네 공원의 하천에서 데이트하던 오리 커플.


이들은 망고 없는 내 옆 빈자리를 잠시나마 달래주었고, 난 그때마다 기꺼이 그들에게 내 마음을 다 주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지루하게 앉아있다가 보호자와 함께 여행을 가는 강아지들이 눈에 띄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제법 덩치가 있는데, 저 아인 기내에 탑승이 가능한가? 비행기마다 탑승할 수 있는 동물의 규정도 다르다 하던데, 무슨 에어라인으로 가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텍사스에서 만난 한 대범한 다람쥐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폰을 들이밀자 나를 한참을 쳐다봐 주었다. 그 짧은 사이 그와 천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나의 심한 과장이겠지만, 그 순간의 느낌은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오동통한 다람쥐와 얼굴을 마주했을 때, 몸안에서는 세로토닌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듯했고, 나의  행복지수는 급 상승하였다. 그들은 그렇게 나의 순간을 빛나게 해 주고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갔다.



 해를 맞이하고  딸에게 주어진 이틀간의 휴식 기간에 무얼 할까 고민하며 인스타그램을 서핑하던 중, 내가 있는 곳에서 차로 5시간 거리에 바이슨(Bison, 들소)을 볼 수 있는 주립공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딸에게 "떠나자!!"를 외쳤고, 다음새벽, 우리는 공원으로 가는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아, 들소를 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나의 충동적, 감성적 기질이 이렇게 또 발휘되다니 난 또 망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망고 이전의 나는 과연 동물에 필이 꽂혀 갑자기 영하권으로 내려간 텍사스의 추운 날씨 (게다가 눈까지 조금 내렸다)에 이틀 후에 일을 해야 하는 딸을 부추겨 여행을 떠났을까?

가는 내내 안전운전 따위보다 날이 추워져 들소들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만 하던 나는 정말 철없는 망고 엄마였다. 

다행히도, 공기는 지만 태양이 온 땅을 비추던 오후, 가벼운 하이킹을 하고  공원을 돌아 나오는 사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들소 무리와 조우하였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뿔로 들이받을 수도 있다 하여 차 안에서 조용히 천천히 지나가며 보기만 하라는 안내판의 지시대로, 환호성이 새어 나오는 입을 틀어막고, 그들의 눈과 오물거리는 입과 털과 뿔을 보고 또 보았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그 지역에 살아왔고, 공원이 개발된 뒤에도 자유롭게 공원 내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거주하고 있다 한다. 

나는 이후, 아프리카 밀림이나 남미의 아마존 우림에 가서 야생동물을 보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겨났다. 이 코로나 시국에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동물과 함께 있을 때, 왜 행복한지 설명하라면, 난 선뜻 대답을 못할 거 같다.

그냥 그 동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온기가 좋고, 바라보는 게 흐뭇할 뿐이다.

그리고, 언제 부터인지도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망고와 같이 사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따라 흘렀다.


 동물들이 주는 정다움을 눈치채지 못하던 시절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마차를 끌던 말이나 등에 커다란 의자를 얹고 사람을 태워주던 코끼리,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던 동물들을 그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사물과 같이 생각했다. 그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마음과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고,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의 토대는 '사랑과 관심'이며, 그로부터  나오는 친절한 태도, 즉 우리의 친절한 말과 행동이 우리와 동물과의 관계를 좋만든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내가 거친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살게 해 준다.

모든 일이 여의치 않을 때, 마음이 힘들 때, 사람을 대하기 어려울 때, 길고양이와 눈인사라도 한 번 한다면, 좀 더 나아가 먹이라도 한 번 줘본다면 어떨까.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다면, 그들과 사냥놀이 또는 터그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고, 그것도 할 기운이 없을 때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고, 어디선지 모르게 마음을 정리할 여유가 생겨난다. 그리고 싸운 남편에게 밥 먹었어?라고 친절하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있게도 된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물들을 위해 친절함을 베푼다고 하지만, 종내에 그들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되돌려준다. 동물은 인간들을 위한 친절함  그 자체인 것이다.

텍사스에 머물던 내내 망고의 빈자리를 채워준 텍사스의 동물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Be Kind Whenever Possible.

          It is Always Possible.

                   -Dalai Lama-


When I Look into the Eyes of an  Animal, I do not See an Animal.
I See a Living Being.
I See a Friend.
I Feel a Soul.

                      - A.D. Williams-



http://www.instagram.com/so_mango_white_schnau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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