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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Dec 09. 2021

월드컵공원 예찬론

망고와 홍시의  최애 놀이터

망고와 나에게 월드컵 공원이란  롯데월드 어드벤처이며 에버랜드이자 우리 집 뒷마당 같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꿈과 희망이 그려지고, 모험심과 용기가 솟아나며  심란한 마음은 안정이 되고 상처 난 가슴은 치유가 된다.

월드컵 공원이 없었다면 나와 망고의 서울살이는 꽤 적적하고 시시했을 거 같다.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면, 서울에는 월드컵 공원이 있다고 감히 주장하는 나이다.


너무나 아름답게 잘 조성된 이 공원은 불과 20여 년 전에는 8.5톤 트럭 1300만 대 분의 쓰레기가 모여있는 세계 최고의 쓰레기산이었다고 한다. 1978년부터 서울시민의 쓰레기 매립지 역할을 해오던 난지도, 그 불모의 땅에 1996년 안정화 사업을 시작하여 꾸준히 복원 사업을 추진하였고,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던 2002년 5월  드디어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땅, 나와 망고가 사랑해 마지않는 월드컵 공원이 완성된 것이다.('서울의 산과 공원' 중에서)


월드컵공원을 알게 된 것은 가양동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이다. 교통량이 많은 지역이어서 망고와 좀 여유롭게 산책할 만한 공간이 무척 아쉬웠다. 하루 두 번은 꼬박 긴 산책을 해야 하는 우리는 사람 한적한 잔디밭이나 흙길 혹은 산책로를 보면, 차를 타고 가다가도 뛰어내려 걷고 싶을 정도로 산책공간 탐구에 꽤나 진지한 편이었고, 그런 만큼 월드컵 공원의 발견우리의 산책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가양대교를 건너고 우회전을 하면,

바로 오른쪽 인도의 우거진 나무들이 반가이 손을 흔든다. 터널을 이루고 있는  가로수는 여름엔 그늘을, 가을엔 황홀한 낙엽길을, 봄엔 싱그러움을, 겨울엔 눈꽃나무를 만들어 내어 망고와 내 산책길을 인도하는 레드카펫 역할을 담당한다. 망고와 나의 심장은 이 가로수길에서부터 쿵쾅댄다. 망고는 차 뒷자리에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낑낑거리기 시작하고, 나는 머릿속으로 오늘은 어떤 코스를 택할 건지 잠시 고민에 빠진다.


월드컵 공원은 270만 m²의 어마 무시한 면적을 자랑하는 만큼.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 한강공원의 5개 테마로 이루어진다. 이 다섯 곳 모두 쾌적하고 테마에 맞게 잘 꾸며져 있어 반려견 동반 산책이나 가족 단위의 휴식처, 또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


망고와 내가 자주 찾는 곳은  그중에서도 난지천 공원이다. 산책로가 넓을 뿐 아니라, 가슴 탁 트이는 초록 잔디 광장이 펼쳐져 있고,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꽃들이 피고 지며, 다른 강아지들과 부딪히더라도 서로 피해 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난지천 공원의 여러 모습들

강변북로와 상암동 대로변의 사이에 위치한 이 공원은 그야말로 도심 속의 휴식처이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꽃과 나무를 굳이 서울 외곽의 수목원을 찾지 않더라도 내 집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망고와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게다가 수목원은 보통 반려견의 출입을 제한시키고 있어, 망고와 같이 움직여야 하는 우리 가족에게 수목원이란 그림의 떡이다.)


이곳의 모든 꽃과 나무들 중 으뜸은 6월 말 경에 노란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데, 이는 Golden Rain Tree라는 영어 이름 그대로 황금비가 쏟아져 내리는 듯한 그림을 그려낸다. 모감주나무란 이름은 옛날에 스님들이 이 나무의 열매로 염주를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녔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재미있고 인상 깊은 이름이다!^^) 처음 이 나무 앞에 섰을 때, 나는 입이 딱 벌어져 한동안 다물 수가 없었다. 키가 큰 나무에 매달린 온통 노란빛의 꽃은 바야흐로 여름의 축제가 시작됨을 선포하는 거대한 불꽃놀이처럼 보였다.

모감주 나무

그다음, 향기로 으뜸인 때죽나무가 있다. 꽃이 피기 전의 나무는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그 향기를 맡아보면 나무 아래에서 삼십 분, 아니 한 시간도 서있을 수 있을 거 같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나무다.

때죽나무 밑에서

여리여리한 꽃과 향기에 비하면 때죽나무라는 이름은 좀 황당하기까지 한데, 이는 그 열매 모양이 스님들의 머리 모양과 비슷해서라는 설(때중)세정력이 좋은 이 열매의 과피를 물에 담가 빨래의 때를 쭉쭉 씻어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 그리고 그 열매의 독성이 물에 풀어지면 물고기를 떼로 죽게 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위키백과)

영어 이름은 꽃의 하얗고 여리한 이미지와 같은 Japanese snowbell인 반면  때죽나무라는 명칭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그 열매의 모양이나 효능에 따라 나무이름을 짓고, 서양에서는 꽃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짓나 보다.(Japanese가 붙은 건 좀 그렇지만 snowbell이 훨씬 잘 어울리는 듯하다.)


어찌 됐건 망고와의 산책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재미있는 나무들을 여기 이 공원에서 조우했다.


다음으로 고와 내가 좋아하는 곳은 하늘공원이다. 특히, 가을의 억새풀과 핑크 뮬리가 우거진 하늘공원은 그 화려함이 유명해서 모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손꼽힌다. 이곳은 지대가 높아 무려 210개나 되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나선형으로 만들어 놓은 산책로를 이용하거나,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세 코스 모두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어서 갈 때마다 다른 코스를  경험해 보는 것도 하늘공원 사용의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이곳에서 만나는 노을 풍경은 모든 삶의 근심과 시련을 씻어주고, 아니 그것조차 살아가는 아름다움일 수 있다고 도닥여주는 듯하. 마음이 울적하거나 답답할 때 망고와 하늘공원으로 발길을 돌려 툭 터진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와 한강, 하늘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일렁이던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낀다.


하늘공원의 여러 모습과 맹꽁이 전기차

평화의 공원으로 넘어가기 전  강변북로와 평행으로 나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미 광고나 사진에서도 많이 보인 길이다. 끝이 없을 것 같이 늘어선 키 큰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그곳을 찾는 모든 산책객들을 품어주고도 남음이 있다.

메메타세콰이어길

만일 난지천 공원에 주차를 했다면, 강변북로나 월드컵 대교로 빠지기 위한 대로를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 평화의 으로 넘어갈 수 있다. (평화의 공원도 엄청나게 넓어 단독 주차장을 가지고 있긴 하다.) 거울 같은 맑은 호수를 바라보노라면 말 그대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반려견과 산책할 때, 때때로 가만히 앉아 조용한 시간을 가져 볼 것을 추천한다.

아마 그 순간 몸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는지, 걸을 때와는 다른 황홀감과  내적 기쁨이 몰려옴을 느낀다. 곁의 망고도 행복이 충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인지 망고는 벤치만 보면 앉아가자고, 그 앞에 서서 꼼짝을 안 한다.^^)

여기 호숫가에서 10분 정도 앉아가면 최상이다!!

평화의 공원

아직 한 번도 월드컵 공원을 가보지 않았다면, 사람이 적은 이른 아침이나 평일 해질 무렵에 가볼 것을 권하겠다. 조용한 가운데 자연과 하나 되어 나와 반려견의 세포 하나하나에 안정과 힐링과 순한 공기를 채워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주말이라면,

오후는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 양보하고, 반려견 가족은 좀 일찍 서둘러 오전 시간에 공원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면 좋겠다. 긴장을 풀고 나의 반려견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산책과 놀이를 할 수 있을 테고, 공원이 다 내 집 뒷마당처럼 편하게 다가올 테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이 공원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이유, 쓰레기통이 곳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는 점!!! 제일 아름답지 않은가!


망고 때문에, 망고 덕분에 산책을 하며 만나게 된 많은 풍경들이 고맙다. 때로는 망고와 함께 더 좋은 경치가 펼쳐져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꿈꾼다. 강원도 산골이나 남해의 예쁜 마을, 혹은 발 닿는 모든 곳이 산책로인 제주도!!

그러나, <차 공포증>이 있는 망고를 생각하면, 머릿속 상상의 풍선을  접어 버리고 결국 차로 십 분 남짓 거리의 월드컵 공원을 목적지로 정하게 된다.

월드컵 공원은 망고와 나에게 강원도이자 남해이자 제주도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오늘 산책>이라는 여행을 한다.


내 사진첩에는 수천 장 혹은 수만 장의 월드컵공원의 사계절이 잠자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곳의 자랑을 하고 싶었는데, 브런치라는 공간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우리가 언제든지 가서 즐길 수 있도록 공원을 너무나 잘 관리해 주는 공원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www.instagram. com/so_mango_white_schnau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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