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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Sep 15. 2023

여백의 미

빈 공간이 주는 편안함

문인화의 아름다움은 여백에 있다. 빼곡하게 채우는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여백이 있는데, 그래서 동양화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볼 때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

웹소설 작법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특징적인 캐릭터, 강렬한 첫 문장, 기승전결의 탄탄함 외에도 웹소설에서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가독성'이다.

독자들이 웹소설을 보면서 절대 피곤해하면 안 된다. 특히 요즘같이 숏츠나 릴스 같은 짧은 콘텐츠들이 유행하는 세상에서 어마어마하게 긴 줄의 글을 누가 참고 묵묵히 봐주는 사람은 드물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여백의 미'가 아닐까 싶다. 지문과 대사 사이의 공백, 지문과 지문 사이의 공백. 그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효과를 불러온다.

웹소설에서는 한글파일 기준으로 지문은 3줄을 넘기지 말라고 권고하고, 대사는 5줄(캐릭터끼리 주고받은 대사가 5번)을 넘기지 말라고 한다.
이때 지문과 대사를 띄우고 공백이 있으면 보는 사람이 덜 피곤해한다. 자연스럽게 가독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물론, 편집 기법에 따라 여백이 없을 수도 있고, 종이책으로 출간한다면 지문과 대사를 붙여야 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장면이 바뀌거나, 스토리가 바뀌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띄어야 한다.

그래서 웹소설을 잘 쓰는 작가는 이 여백의 미를 언제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기가 막히게 잘 안다. 물론 쉽지는 않다. 나도 계속 글을 쓰면서 훈련하고 또 훈련하지만 볼 때마다 이게 맞나, 여기에서 이 빈 줄이 들어가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그래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달인의 경지에 올라서 신과 같은 눈으로 여백을 넣어야 할 곳과 말아야 할 곳을 기가 막히게 조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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