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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Sep 17. 2023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것

주말이 없는 삶


한 때는 나도 취미가 직업이 되면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걸로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니,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싶었다.


웹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게 내 취미라고 생각도 안 했다. 그냥 다른 세계를 상상하며 글을 쓰는 게 현실도피의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에, 뭣도 모르고 웹소설을 썼다.


그게 취미였다는 걸 깨달은 건 웹소설 작가를 전업으로 삼겠노라 선언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본업이 따로 있고, 웹소설을 쓸 때는 행복이 컸다. 그러나 웹소설 작가가 직업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소설 쓰는 게 전처럼 행복하지는 않았다.


하루에 써야 할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죄책감이 들었고, 글을 마구 써야 하는데 자꾸 딴짓을 하는 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할 때도 많았다. 더군다나 1년을 꼬박 투자해서 글을 썼는데 성과가 좋지 못하면 앞날이 막막했다.

취미였을 때는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크다. 물론 전업으로 전환했을 때도 즐겁고 행복하기는 하지만, 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성과에 대한 막중한 무게감이 따라온다. 그래서 더 괴로울 때도 있다.


분명 내가 좋아한 일이라서 선택한 이 길이 과연 옳긴 옳은 걸까. 수도 없이 많은 밤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이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으니 그저 묵묵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취미가 직업이 된다는 건, 하나의 취미를 잃어버리는 것이었다. 일을 하며 얻은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하는데, 취미가 일이 되어버렸으니 다른 취미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취미가 없어진 나는 한동안 꽤 방황했다.


나는 도대체 뭘 좋아했던 거지. 웹소설 쓰는 일 외에 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지. 글을 쓰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소해야 하지. 내가 이렇게 취미가 없었고, 이토록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었나 싶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취미가 제법 많다.)


그래서 취미가 직업이 되어서 부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동경 어린 시선에 그저 멋쩍어하며 웃을 뿐이다. 환상은 어디까지나 환상일 뿐이다. 현실은 아주 팍팍하고 치열하다.


휴일인 오늘도 프리랜서 웹소설 작가는 아주 열심히 집필을 해야지. 또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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