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말했다.

by 글하루

"늦게 와서 죄송해요."

사랑이 말했다

옆에 이별이

한 마디 하려고 해서

얼른 내가 말했다

"너는 늦어도 돼."




눈.

어젯밤부터 추워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듬성듬성 하루 사이에 세상은 하얀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거리에서 차는 느리 적 거리고 뒤뚱거리는 펭균 같은 아이들이 걸어갔다.

까맣게 지새운 밤을 지나더니 어제의 세상을 까맣게 잊은 듯 변해 있었다.

참 세상은 순간이었다.

깜박하면 껌벅 변하는 게 세상이다.


30년간 30분.

30년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별명은 '삼십 분"이다.

모든 약속에 삼십 분 정도 늦게 온다.

지금은 박사에 번듯한 위치가 되었고 예전처럼은 아니게 조금 늦는다.

우리는 웃으며 말한다.

"얘는 늦기는 해도 NO-SHOW는 없어."

유일한 단점이지만 다른 장점이 많아서 그냥 웃으며 넘어간다.

조금 늦어도 오기만 하면 반갑다.


미안.

사랑은 내게 미안해해야 한다.

약속받아 내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약속을 해도 시간을 지키는 법이 없다.

사랑은 얌체공이라 시간 약속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 사랑의 우월한 지위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다.

오기라도 하면 "감사합니다."해야 한다.

대신 이별은 반갑지 않은 손님인데 부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늦는 법이 없다.

너무 예절 바른 이별이 밉기도 하다.

시간이 되기도 전에 미리 와서 기다리는 이별에게 한 마디 해 주고 싶다.

"너는 늦어도 돼."




사랑은 너무 늦고

이별은 너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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