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변명

by 글하루

최고의 순간, 그거 좋은 게 아니야.


그 뒤부터는 내리막이쟎아


지금이 좋은 거지,


좋아질 일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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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뚱하니 나온 배는 나를 보고 웃고 있고, 삐죽 나온 입술은 못마땅해서 삐져 있다.

"아 니 배 좀 봐라. 저거 어쩔 티비?"

"뭐 어때서 저쩔 티비. 이거 내배가 아니고 그대 배야."


거울 속의 나와 거울을 보고 있는 나는 티격태격 중이다. 내 나이에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결국은 만족스럽지 못한 게 마음이다. 한때는 정말 잘 나가고 건강하고 멋졌을 때도 있었다. 그 시간은 정말 뿌듯하니 세상이 내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마치 번개가 힘껏 하늘을 망치로 때리고 도망가는 것처럼 순식간이었다.


"그때가 좋았지."

혼자 중얼거렸다.

"뭐 어때, 지금부터 다시 좋아지면 되지."


결심은 한순간에 나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시작점에 서 있는 결심은 세상 모든 일을 다 할 것처럼 대단하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온갖 이유와 변명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것이다.

"어떻게 알겠어, 지금처럼 그랬으니 아는 거지. 작심삼일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혼자 결심하고 빈정대고 위로하고 다시 결심한다. 작심삼일이 아니고 작심 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서 윗몸일으키기를 100번 하는 거야, 그리고 팔굽혀펴기를 나누어서 50번 하고 나오는 거야. 그럼 일단은 뿌듯하잖아.'


며칠을 해 보았지만, 어느 순간 기억상실증이 걸린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결심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아참, 일어나서는 바로 하는 거였지."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데 내일로 자연스럽게 미루게 되고, 내일이 되면 또 그 기억조차 잊는다.

"그래도 다시 생각하고 결심하는 게 어디야. 내일부터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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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지금 생각나서는 다시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나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어쨌든 할 테니까. 최고의 순간은 바라지 않는다. 짧은 정상의 순간보다는 오르는 긴 여정을 즐기고 싶다.


"오늘도 다시 한번. 나에게는 좋을 일만 남았쟎아...."

살짝 웃어보는 이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다.

'내일이면 오늘의 결심을 잊겠지만...그래도 오늘은 생각했다는거....'

나는 잘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뱃살은 진짜 어쩔 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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