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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시인 Mar 01. 2024

엄마의 멈춘 걸음

- 040 -

90세

아침 갑자기 어눌해진 말투에 놀라

엄마는 대학병원 신경과에 입원하셨다.


왼쪽에 찾아온 마비

말 잘 듣던 왼쪽이 배신을 했다.

힘을 주어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검사와 상담

아무리 해봐라 나간 놈이 돌아오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왼쪽


90년을 함께 한 왼쪽 신경은 멀리 사라지고

그나마 오른쪽이 내가 있다고 위로를 한다.

그러나 오른쪽마저 예전 같지 않다.


돌아올 거란 마음에 자꾸 일어나 걷겠다고 고집이다.

침대 난간을 붙잡고 한걸음 떼어보고

두 걸음에 멈추고 다시 누웠다.


90년 걸음은 이렇게 멈추었고,

엄마는 알고 있었다.

더 걸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떨어지는 눈물

엄마는 눈물을 흘렸고

나는 모른 체 딴청으로 물이 새어 나왔다.


그냥 손만 꼭 잡았고

아무 말씀 없이 한숨만 쉬셨다.

시간은 멈춘 듯 길었다.


하루가 지나고

엄마는 그대로 누워있고

슬펐던 어제는 오늘로 리셋이 되었다.


다시 한번만 걸어 보자고 하신다.

병실 침대 난간을 잡고 한걸음

어제처럼 멈췄다.


길어지는 침묵

휠체어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앉았다.


밀어드리니 

엄마가 밀어본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조금씩 움직이는 휠체어는

엄마의 느린 걸음보다 느렸다.

나는 잘한다고 박수를 쳤다.


그렇게 멈춘 걸음을 

휠체어가 대신하고

엄마는 체념하고 새로운 발에 기댄다.


다 써버린 세월은 아쉽고

남아 있는 세월이 고맙다.

긴 우주의 먼지만큼 

엄마와 나의 시간은 가볍고

그래서 우주만큼 고맙다.







이 글 안에선 엄마가 오래오래 사실 겁니다.

유난히 사랑받던 저를 위해 사진과 영상을 남깁니다.

(다행히 퇴원하시고 잘 계십니다.~~)





엄마 휠체어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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