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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을 확신할 때

확신은 무지개, 가보면 없다.

by 글하루

확신하는 순간 사라진다.

나를 믿지 마

나를 의심해

확신의 가면을 쓴 기억은 망각의 칼을 숨긴 암살자.

가장 믿은 자의 배신이다.




메모에 관한 얘기지만 사실은 사랑얘기다.


사랑을 확신하는 순간 사라진다.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알다가도 모르는 어느 사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떠오르면 바로 적는 것

그것만이 사랑을 내 안에 남기고

선명하게 간직할 수 있다.

기억하듯 잊으니, 잊을 듯이 기억해라.





길을 가다가 아니면 무엇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확신이 든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지금 메모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금 생각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어.

이렇게 자신한다.


하지만

역시나

희망은 절대 손을 떠난 새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놓은 순간 날아가 버려서 다시 잡을 수 없다.

새가 손안에 딱 앉았을 때 꽉 잡아야 한다.

다음은 없고 지금만 있다.


나를 믿지 않는 것이 메모의 철칙이다.

불신해야 메모한다.

확신하는 순간 바로 잡아야 한다.

메모는 완벽한 기억이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사진처럼

그 한순간을 찰칵 잡아야 한다.


메모처럼 사랑도 확신하는 순간 사라진다.

확신하면 자만하게 되고

자만하면 관심을 덜 갖게 되고

관심이 줄어들면 상대방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사랑의 지갑은 얇아지고 가슴은 얕아진다.


절대 잊지 않을 거라는 생각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절대 사랑이 식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런 것들은 히말라야의 정상처럼

내려갈 일만 남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콜록거리면 감기이듯

확신하게 되면 망각의 증상이 나타난 거다.

망각의 문을 당기고 그 안으로 발을 딛고 있다.

확신하는 순간 그것은 사라지고

사라지고 나서야 후회하며 알게 된다.


'확신하지 말걸. 한 번만 더 생각할걸.'

확신은 무지개처럼 선명하지만, 정작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 옆을 보면 바로 적을 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감사하며 오늘에 받아 적고

고이 접어 가슴에 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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