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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데 하기는 싫어

이건 모르더라. 그 사람의 진짜 능력은 싫은 일도 즐긴다는걸.

by 글하루

살을 빼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공복을 즐기는 것이다.


- 누군가의 글에서 -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는 세월은 지방으로 변해서 내 몸에 쌓여갔다.

줄어드는 기초 대사량은 효율이 떨어지는 엔진이라 몸속에 찌꺼기가 쌓여 간다.

인생 반환점을 돌다 보니 좋아질 일보다 나빠질 일이 더 많다.


건강을 위해 어떻게든 살을 빼고 싶지만

밤 10시면 어떻게든 먹으려고 하는 내 일상은

오늘밤도 예외 없다.


저녁을 먹을 때만 해도 포만감의 힘을 빌린 의지력은

절대 야식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위에서 점점 음식물이 줄어들수록 나의 결심도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빗물 같다.


'아 내 의지력은 사막 같아. 배가 비워지면 바로 말라버려.'

'그래 내일부터는 먹지 말고, 오늘은 조금만 먹자."

그렇게 무너진 내 의지력은 몽돌해변의 돌만큼 후회의 해변에 널려 있다.


가슴앓이 노래를 매일 밤에 어제처럼 듣고 있다.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마음은 하고 싶지만 몸은 하기 싫은 일들이 늘 주위에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 여기에 있고, 하고 싶은 일은 강 건너편에 있다.

그 강을 건너야 한다.

둘이 만나지 못하면 포옹의 기쁨은 없다.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는 애절함은 그냥 슬픔일 뿐.


하고 싶은 마음이 하고 있는 몸과 일치할 때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같이 있어야 가치가 있듯

하고 싶은 마음은 하고 있는 몸과 하나가 돼야 소망을 이룬다.


하고 싶은데 하기는 싫고

날씬하고 싶은데 다이어트는 힘들고

부자가 되고 싶은데 저축은 귀찮고

1등 하면 좋은데 나가서는 놀고 싶다.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기 아까워한다.

지불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지불하지 않으며

지불하지 않고도 그것을 갖고자 한다.


500만 원짜리 명품백을 할인매장의 가방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는 없다.

값을 치르지 않으면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인생의 상거래이다.


하고 싶은 일은 하기 싫은 문을 열어야 들어갈 수 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기자'라는 생각도 좋다.

어떻게든 즐기지 못하면 어찌해서 그만두는 게 순서이다.

과정을 즐긴다는 건 싫은 이유를 없애고 좋은 이유를 발견하는

부정을 씻어 긍정으로 만드는 세탁의 과정이다.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으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담배 생각이 나지 않겠어요?"


"아이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지금도 참고 있는 거예요

담배는 끊는 게 아니에요, 참는 거지."


(방송에서 본 장면이다.)




참는 것도 좋지만 즐기는 방법을 찾거나

힘든 일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을 찾는 것도 좋다.

글을 쓰기 싫을 때 만년필의 사각거림이나

노트북 자판의 토각거리는 부드러운 느낌의 즐거움이

글을 쓰는 수작업의 노동을 줄여 줄 수 있다.


살을 빼기 위해서는 공복을 즐겨야 한다.

대전을 거치지 않고 부산에 가는 방법은 없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인내의 투자 없이 내가 원하는 걸 얻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할 것이다.





#매일글 #글쓰기 #공복 #다이어트 #야식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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