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앙~~"
"아니. 갑자기 들어오면 어떡해~~"
들이대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전후사정 앞뒤구분 없이 내 의사만 중요한 사람에게 경적만 울려댈 뿐이다.
처음 본 사람과 거리낌 없이 악수로 인사하는 부드러운 손길은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허물고 온기를 온전히 느끼게 만드는 따스한 손짓이다. 따스한 커피 한 잔이 겨울 찬바람을 몰아내듯, 한 자락의 손짓에 온기를 담았다면 상대방의 가슴에도 아지랑이 한 가닥 피어오르는 게 봄바람이다.
깜빡이를 켠 운전자는 양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깜빡이를 켜고 차가 들어온다.
'제가 지금 차선을 변경합니다. 천천히 들어가도 될까요?' 물어본다.
깜빡이 신호를 본 차는 속도를 조금 늦춰 공간을 조심스레 만들어 준다.
깜빡이에 대한 답례다.
공간으로 부드럽게 들어와서 비상등을 켜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차. 자연스럽다. 원래의 흐름처럼.
깜빡이로 도로에서 말하지 않고 소통한다.
깜박이는 노크다. 건네는 말이며 매너이고 배려다.
미리 신호를 줘야 상대방이 준비를 한다
- 아니 그 사람은 미리 얘기라도 해줘야 내가 준비를 하지
-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이면 어쩌라는 거야.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 어떻게 갑자기 싫다는 말이 나와, 지금까지 좋다고 말해 놓고.
- 여기 온다고 했으면 미리 옷이라도 신경 썼을 것을..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당황스럽다.
준비하라고 해주는 말, 그것이 깜빡이를 넣어주는 일이다.
생활에도 깜빡이가 있다.
- 오늘은 밥 먹고 들어가요, 밥 하지 않아도 돼요.
- 약속장소에 거의 다 왔어요. 10분 후면 도착할 듯해요.
- 집에 잘 돌아왔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 지금 출발합니다.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 내일 저녁에 회식 있을 테니 낮에 과식하지 말 것.
- 약도입니다. 근처에 공사가 있어 이쪽 길을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 앞쪽에 요약글 있습니다. 내용이 많아 먼저 보시면 좋습니다.
물론 피치 못할 이유로 깜빡이를 켜지 못하고 차선변경을 할 수 있다.
그럴 때면 비상등을 켜주면 좋다.
비상등은 '조심하세요.' '급한 상황입니다.'라는 뜻이지만 다른 경우로도 사용된다.
비상등을 켜고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로 말할 수 있다.
큰 고마움에 비상등을 켜고, 창문을 내리고 손을 들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는 사람을 조심하자.
다른 일도 그렇게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해와 배려가 없다. 일이 삐걱거리고 순서가 없다. 진행할수록 힘들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작은 것이 결코 작지 않다.
깜빡이는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이다.
지혜는 거창하지 않다. 이런 것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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