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겨리 Nov 15. 2024

말의 거리 (이, 그, 저)

말에도 거리가 있다?

김주혜 국어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셨다.


"이, 그, 저가 거리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는 말하는 사람과 가깝습니다. 이거 어때.

'그'는 듣는 사람, 상대방과 가깝습니다. 그건 어때. 맛있어?

'저'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서 멀리 있는 것입니다.

저건 어때 보여?"



말에 거리가 있었다니.....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럴 수 있겠다 느끼던 것이 아 그렇구나로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고, 조금 멀어지면 그 사람이 된다.

저 사람은 이젠 남이 된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행복이란 말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로 설명된다.

행복을 간단히 말하면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 말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잘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돈, 명예, 건강. 관계 이런 것들은 많고 높으면 좋다.

하지만 행복의 정의를 보면 만족하며 사는 것이다.

내가 만족하면 나는 행복하다.


문제는 관계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과 함께 만족해야 하는 것은 구분이 된다.

관계는 함께 만족해야 좋은 관계가 된다.

관계는 절대 혼자일 수 없는 이유다.

나만 만족하는 관계는 결국 나를 고립시키고 관계를 끊게 만든다.


말의 거리로 관계의 거리를 알 수 있다.


우리 몸은 관계의 중요성을 DNA에 새겨 놓았다.

원시시대부터 생명은 무리에서 멀어지면 사라졌다.

사람도 동물도 무리에서 멀어져 떨어지면 죽었기 때문에 관계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중요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무리, 집단을 넘지 못한다.


그래서 말이 중요하다.

사자는 이빨로 사냥하고, 독수리는 날카로운 부리로 사냥을 한다.

우스개 소리로 사람은 말로 사냥한다.


말은 관계의 핵심이다.

태양 없는 지구의 종말이 멸망이듯 말없는 관계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나로 시작해서 너로 가야 하는 다리를 넘어야 한다.

그 다리가 바로 말이다.

관계를 끊고 싶다면 그 사람과 나쁜 말을 하고, 말하지 않으면 된다.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그 사람과 좋은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도 나와 말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말의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시작이다.


좋은 말은 관계를 맺게 하고 유지, 발전시킨다.

말이 사라지면 관계도 사라진다.

이혼을 하는 이유는 서로 말을 하지 않아서다.

말라버린 호수에 살 수 있는 물고기는 없다.

말이 비처럼 내려야 관계의 호수에 물이 차고 물고기도 넘친다.

말이 사라지면 관계가 사라진다.

이별한 연인은 말하지 않듯이.


말은 관계의 접착제다.

사랑하면 만나서 말하고 카톡으로 말하고 밤새 전화한다.

미워지면 만나서 얘기할 것도 없다.

말은 관계의 대변인이다.

말을 보면 관계가 보인다.


그럼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은 패션스타일과 같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첫째, 상황에 맞는 적절한 옷을 입는다.

둘째, 옷장에 옷이 많다.


말도 똑같다.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하고

자신의 의사를 적절한 말과 단어로 정확히 표현한다.


말을 잘하려면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말을 잘하는 이유다.

평상시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훈련이 되어 있다.

옷장이 풍성해야 멋진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독서를 하면 넘치는 옷장의 옷처럼 표현력이 풍부해진다.


이처럼 말을 잘한다는 건 말의 스타일이 좋다는 말이다.

말을 잘하려면 옷을 많이 입어봐야 하듯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거리를 줄일 수 있는 말을 써야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길 수 있는 건 바람이 아니라 태양이다.

내가 따뜻한 말을 써야 상대도 따뜻한 말을 한다.

가는 게 고와야 오는 게 고운 법.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

따뜻한 말이 관계를 이어주고 거리를 좁혀준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인사하기.

인사는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다.

나이가 많건 지위가 높건 인사는 인품을 대변한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일 때 행복하다.

말의 거리를 좁혀주는 좋은 말을 하자.

내 행복은 너와 관계한다는 걸 말로 전해주면 좋겠다.












                     

이전 12화 이불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