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기쁨과 슬픔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어째서 기쁨에 취하면 자제하지 못하고, 슬픔에 잠기면 한없이 가라앉을까.
하늘은 무한한 감정을 허락하였으나, 그 감정이 넘칠 때면 나 스스로를 잃어버렸다.
기쁨이 과하면 방탕이 되고, 슬픔이 지나치면 절망이 된다.
결국, 극단에 머문 자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스스로가 아닌 어떤 감정의 그림자가 되어 세상을 떠돈다.
나는 숱한 날들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냈다.
감정은 바람과 같아, 붙잡을 수도 없고 완전히 떨쳐낼 수도 없다.
한때는 기쁨이 나를 삼켜버려 세상이 내 것이 된 듯했고, 또 한때는 슬픔이 나를 가두어 바깥의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나는 깨달았다. 감정은 우리가 다스려야 할 것이지, 그 감정이 우리를 다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감정이란 휘몰아치는 강물과 같지만, 배를 띄우면 흐름을 타고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절제는 억압이 아니다
절제라 하면 흔히 그것을 자유를 속박하는 굴레로 여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절제란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는 일이다.
가령, 술이 달콤하다고 마시는 대로 마셔버린다면 결국 취해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나 그 향과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이는 자신이 술을 마시는 것이지, 술이 자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강한 자는 감정을 억누르는 자가 아니라, 감정을 길들이는 자다.
감정을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절제란 감정을 조용히 어루만지며 그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분노를 있는 대로 터뜨리며 그것을 진정한 솔직함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부르는 솔직함이란, 실상은 감정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는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찾아오는 것이다.
마치 도공이 진흙을 빚어 아름다운 항아리를 만들어내듯, 인간은 절제를 통해 자기 자신을 빚어낸다.
도공이 손끝에 힘을 주는 순간 진흙은 형태를 갖추고, 그 힘이 지나치거나 부족하면 금세 부서지고 만다.
균형을 찾는 길
한쪽으로 치우친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바람이 나무를 휘게 할지라도, 나무는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센 바람이 불 때 쓰러지고 말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 이는 결국 삶의 한 지점에서 허물어지고 만다.
나는 한때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몸이 무너지자 정신마저 흐려졌고,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 담긴 글이라도 내게는 그저 흐릿한 잉크 자국에 불과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 또한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정신이 흔들리면 육체도 그 자리를 잃고 만다는 것을 나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다시 꽃이 피어나지만, 그 뿌리가 약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기술
우리는 흔히 자신을 다스리는 일을 타인을 다스리는 것보다 쉬운 일로 여긴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사람들은 다른 이의 잘못에는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하면서도, 자신의 나태함과 욕망에는 끝없이 관대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이가 남을 다스리려 할 때, 그것은 어리석은 왕이 나라를 통치하려는 것과 같다.
내가 본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작은 습관 하나에도 신중하며,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다룬다.
매일 아침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자,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는 자야말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완전함이 아닌 조화
그러나 절제와 균형을 추구한다고 해서 완전함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한 존재이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 완벽한 영화를 찍으려다 이도 저도 아닌 영화를 만들게 된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균형은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절제와 균형이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마음껏 웃을 수도 있고, 어떤 날에는 충분히 슬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삼키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되, 그것이 나의 존재를 흔들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관리이며,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그리고 문득,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으며 미소 짓는다.
나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든, 그 속에서 조화를 찾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그리고 나는 속삭인다.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없다.
바람에 몸을 맡기되, 뿌리를 놓지 않는 것.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 아닐까."
바람에 춤을 추되 뿌리는 깊어야 한다.
길을 가다 쉬어도 멈추지 않는 여행자의 걸음이어여 한다.
길을 잃었다면 절제와 균형을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