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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의 경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by 글하루

"겨울이 끝난다고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봄을 품을 때, 그제야 봄이 온다."


겨울이란 마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같다. 그 속에선 모든 것이 정지한 듯 보인다. 온 세상이 차갑고, 공기는 무겁다. 얼어 있고 굳었으며 춥고 시리다. 어디서나 차갑고 어디에도 따스함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꿈틀댄다. 이 순간에도 땅 속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마치 무대 뒤에서 배우가 대사를 연습하는 것처럼, 세상은 조용히 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기에 볼 수 없다.


봄이란 늘 그렇게 찾아온다. 화려한 등장도, 거창한 선언도 없다.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처럼 어느 날 문득, 골목길을 걷다가 흙냄새가 다르게 느껴지고, 새벽 공기가 조금 덜 차갑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봄은 이미 와 있다. 우리는 단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의 감각은 변화를 감지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눈이 쌓이는 건 알아도, 녹는 과정은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 한밤중에 내리던 눈은 기억해도, 다음날 아침 길모퉁이에서 사라진 눈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변화란 원래 그렇게 조용하고 은밀한 것이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마음'으로 봄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몸은 여전히 움츠러들고, 거리의 풍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문득 내 안에서 무언가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때. 그것이야말로 봄이 시작된 순간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삶이 바뀌는 순간이란 거대한 사건과 함께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변화는 작은 습관의 변화 속에서 일어난다. 겨울을 버티던 그 작은 틈 속에서 봄은 자란다. 작은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는 것이 여유다.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계절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원시 인류는 날씨를 예측해야 했고, 농경 사회에서는 씨를 뿌릴 정확한 시기를 알아야 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우리는 계절이 바뀌어도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한 겨울에도 집안은 포근하고 샤워기의 물은 뜨겁다. 계절의 변화가 더 이상 생존과 연결되지 않게 되면서, 우리는 그것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봄을 기다리고, 그 작은 변화를 느끼며 기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찾고자 하지만, 시간은 그 어느 순간도 끊어지지 않는다."


봄이 오길 기다리지 마라. 당신이 봄을 느낄 준비가 되었을 때, 봄은 비로소 시작된다. 어제보다 조금 덜 춥다고 느낀다면, 오늘 하루가 유난히 가볍게 느껴진다면, 그 순간이 바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된 경계다. 결국, 봄이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다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선택해야 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무력하게 서 있을 것인가, 아니면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인가? 준비란 대단한 게 아니다. 1년 뒤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한 달 뒤만 생각 해도 준비는 충분하다.


우리는 단순히 계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계절의 의미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겨울이 길다고 한탄하기보다는, 그것을 준비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결국, 변화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어쩌면 경계에 선 순간일지 모른다. 그때는 숨을 한번 깊게 쉬자. 하나만 더, 그리고 한 번만 더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끝과 시작의 경계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과정이라는 걸 아는 것. 그것이면 당신은 충분히 지혜롭다.


"겨울이 길다고 불평하지 말라. 그만큼 봄이 더욱 값진 법이니까."
—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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