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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폭풍속 부푼돛 Oct 22. 2023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읽쓰플로러 2

배움과 나눔의 또 다른 이름, 읽쓰플로러


하루 중 3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낸다는 것, 그것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이 반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  가장억울하고 슬픈 것은 이 모든 것을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 출퇴근이 너무 힘들다.'

'남들 다 그렇게 살아. 왜 유독 너만 왜 그래?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잖아? 아무 의미 없는 투정은 그냥 넣어둬.'

출퇴근의 고통을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나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는 투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도 참지 못하는 철없는 어른으로 보이기 싫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겪는 고통이라고 내가 느끼는 고통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냥 무조건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일까? 마음속에 싹트고 있는 고통의 싹을 아무렇지 않게 싹둑 잘라낼 수 있는 걸까?




대한민국의 대부분 직장인들이라면 꼭 지하철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교통수단으로 출퇴근에서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진짜이다. 누가 뭐래도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퇴근러의 고통스러운 지하철 왕복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이런 고역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 유명한 시시포스의 형벌이 떠올랐다. 시시포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인물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영원히 바위를 산 꼭대기로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힘들게 올려놓은 바위는 반대편 산아래로 내려가고 또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시시포스도  산 아래로 내려간다. 산아래로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은  직장으로 향하는 나의 뒷모습이자 우리의 뒷모습이었다. 하지만 시시포스에 관한 에세이 <시지프 신화>에서 카뮈는 얘기한다.

 우리는 시시포스가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해야만 한다

영원히, 끝이 없이 바위를 산정상으로 굴려 올리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이다. 신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형벌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시시포스는 무의미한 형벌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했다. 의미를 부여한 행위는 나름의 행복감을 선사한다. 비록 신들이 내려준 형벌일지라도 그 형벌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형벌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것은 결국 형벌을 내린 신기만할 수 있다는 의미. 마지막 장면에서는 시시포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의 바위를 향한 뒷모습의 이면에서, 시시포스의 미소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 아름다움이 주는 미소이다.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 회사에서 나온 퇴근길의 반복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일 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 행위를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행위를 하는 공간과 시간에 의미와 가치를 한다면 직장인이라는 가면 안의 나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한 탐험할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 나의 손에는 항상 책이 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일이 습관이 되어 지하철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은 백팩에 갇혀있던 책을 꺼내는 일이다. 책은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는 창문이다. 책장이라는 창짝을 열면 새로운 세계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유와 조우할 수 있다. 마치 <아연대기>에서 옷장 안 나니아세계로 통하는 작은 통로 같다는 생각이 다. 책이 전해주는 짜릿함은 지하철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지하철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울림이야 말로 출퇴근러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다. 이런 생각과 느낌이 그냥 휘발되는 것을 잡아두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 머릿속의 잔상을 글로 저장한다고나 할까? 생각들이 정연해지고 감정들이 정리된다. 글을 통해 내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다 보면 글쓰기는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확산이다. 나의 생각과 느낌이 누군가에게 다다른다는 기대감과 설레임. 그것은 기록과는 차원이 다른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기록이 머릿속에 산재되어 있는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고 다듬는 수렴의 글쓰기라면, 확산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편적 생각에 다다르고, 느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편적 느낌에 다다르는, 널리 퍼지는 글쓰기이다. 나의 각과 느낌으로 시작된 확산되는 나의 글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도 있으니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읽기와 쓰기를 하면서 그 어느 때도 느껴보지 못한 복잡 미묘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감정을 무어라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굳이 찾자면 '충만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느낌은 모자란 부분이 채워 나갔을 때의 뿌듯함이나 성취감? 아니면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다니다 결국은 찾게 되는 이 빠진 동그라미의 안도감? 뭐라고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으로 이루었을 때의 벅차오는 감정이라는 점이다. 이 충만함은 읽기(배움)라는 반쪽이와 쓰기(나눔)라는 반쪽이가 하나가 되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배움과 나눔을 통해 '하나'를 느끼고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자가 바로 내가 추구하는 "읽쓰플로러"이다. 아리스토파네스 재밌게 제안한 태곳적 사람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일 또다시 월요일을 맞이하여야 한다. 밀린 업무들, 해결하고 풀여야 할 업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앞두고 있는 나는 직장인 아무개이다. 하지만 시시포스가 그랬던 거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소 지울 수 있다. 자유라는 아름다움을 월요일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도 나는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메고, 책장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 객차에 한 발짝 다다르는 순간 우리의 세상에서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의 세상에서는 강렬하고 우렁차게 널리 퍼질 한마디를 외칠 것이다.

지하철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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