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원서 접수, 결혼 소식, 인생이란 무엇인가
10/15 수요일
원서를 접수했다.
제발 1지망으로 쓴 학교로 고사장이 배정되면 좋겠다.
점심을 먹고 로스쿨에 같이 다녔던 친구와 연락을 하다가 친구가 나보다 한 기수 위인 그러나 나보다 어린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결혼하는 친구는 한 번에 시험에 합격해서 벌써 5년차 변호사이다. 의사와 결혼한다고 했다. 나와는 친분이 없는 친구이다. 그러나 같은 로스쿨 사람들끼리는 대충 서로 누군지는 알기 때문에 얼굴은 아는 아이이다.
그 얘기를 듣는데 솔직히 질투가 나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에 시험에 합격한 것도 그렇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도 그렇고 의사와 결혼한다는 것도 그렇고. 참 웃기지? 의사와의 결혼을 바란 적도 없는데 이런 감정이 든다는 것이.
공부를 하다보면 선배, 동기들이 결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직접 내게 청첩장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어서 결혼식에 가지는 못해도 축의금을 보낸 적도 있다.
작년에 하도 결혼 소식이 많이 들려오길래 나만 멈춰있는거 같고 나 자신이 너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나중에 너가 더 잘될거야. 초라하게 생각하지마.’라고 말했다.
엄마도 내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겠지?
엄마의 말이 아예 위로가 안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더 잘되고 싶지 않아. 그냥 지금 당장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했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그냥 사람이 별로 안 사는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그런 곳에 살면 직업, 결혼, 연봉 등 속세에서의 기준들이 하나도 의미가 없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냥 오늘 하루 당장 먹어야 할 작물을 캐서 밥을 지어 먹고 청소를 하고. 말 그대로 나를 먹여살리는 그 자체만 중요해지지 않을까. 그게 어쩌면 더 인간 본연의 삶과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렇지만 나는 안다. 이는 도피성 생각임을.
나는 절대로 산골짜기에서 농사지으면서 못산다.
시골에서 살아본 경험(에어컨도 없고 빗물을 정수해서 마시는 곳)에 의하면 나는 철저히 도시 사람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 사람. 더위를 많이 타서 에어컨이 있어야하고, 대형 쇼핑몰, 대형 서점에 가면 힐링이 되는 도시 사람.
남과 비교하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나는 내 쪼대로 산다!고 외치고 다니지만 공부를 오래 할 수록 그러기 쉽지 않아진다.
사람들은 나보고 대기만성형이라고 한다.
글쎄. 한 70살쯤 되면 행복해지려나?
지금 불행한 것이 말년에 불행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불행.. 거듭되는 불합격, 불투명한 미래가 정말 불행일까?
친구는 나에게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 소식을 전해서 이런 잡생각이 들게 하나…….
이래서 내가 사람과의 소통을 끊은 것이다.
인간사 예측 불가능 투성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를 오래 할 줄 몰랐던 것처럼.
계획대로 절대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그냥 그때 그때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인생인거 같다.
공부나 하자.
*밥 먹으니까 졸려서 또 글을 쓰고 발행하고 말았네요.. 브런치 북 하나에 글을 30개만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어요. 브런치 북 2편을 만들어야 할까요. 이대로 가다간 변시 때까지 5편 정도 나올거 같은데요. 어떻게든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