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사랑

내 추억은 33 RPM # 봄 편

by 김기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이십일 번
그 음악을 내 귓가에 속삭여주며
아침 햇살 눈부심에 나를 깨워줄
그런 연인이 내게 있으면
나는 아직 순수함을 느끼고 싶어
어느 작은 우체국 앞 계단에 앉아
프리지아 꽃향기를 내게 안겨줄
그런 연인을 만나봤으면

- 칵테일 사랑 중 / 작사 김선민


1990년대만 하더라도 길을 가다 카페나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던데 그때만큼은 음악은 공짜였던 셈이다.


그런 공짜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대학 캠퍼스.

봄이 오면 대학 캠퍼스는 그야말로 신입생들로 인해 봄 햇살에 젊음이 더 파릇파릇 피어 난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웃음꽃 사이에 캠퍼스 구석 설치된 녹슨 인켈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있었으니, 비발디의 '사계'다.


강의에 늦어 뛰어가다가도 그 곡을 듣고 있노라면 가뜩이나 젊음이 넘치는 캠퍼스는 생동감이 물씬 넘쳐나, 산에 핀 진달래는 금방이라도 분홍색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고, 나비의 사뿐한 날갯짓에 파도도 어느새 잠잠해질 것 같다.


비발디의 사계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계절을 절묘하게 묘사한 듯 작곡한 표제 음악(標題 音樂, program music)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난, 비발디의 사계 중 최고의 앨범으로 아요(Felix Ayo)의 바이올린 독주가 인상적인 이무지치(I Musici)의 연주를 손꼽는다. 1959년에 녹음된 음반이지만, 좋은 음악은 스테레오 녹음 하나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고전. 매년 봄이면 내가 자주 찾는 플레이 리스트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봄이 오면, 자주 찾는 음반 중 가요를 꼽자면 단연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아닐까 한다.

이 음반이 발매된 것이 1994년 봄. 세월이 흘러도 이 곡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 중에는 '모차르트' 때문이리라. 워낙 유명한 곡이라 리메이크가 많지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빼놓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을 비교해 들어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다. 초등학교 음악시간은 피아노보다 풍금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칵테일 사랑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있어야 제맛이다.


모차르트가 전성기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서정적이면서도 로맨틱해 젊음을 느끼게 해 주는 곡이라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조금 쓸쓸하기도 한 묘한 분위기의 곡이다. 사람들에겐 영화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의 타이틀 곡으로 더 알려져 있는데, 영화의 인기로 당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기도 했다.


가요 중에서도 곡은 밝으나 가사를 읊조려 보면 슬픈 내용의 곡들이 의외로 많은데 ‘칵테일 사랑’도 그중 하나다. 이 노래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레몬 소주와 체리 소주의 칵테일 소주와 소주방이 생겨나던 것도 그 무렵이다.


문제는 이 칵테일 소주라는 것이 마실 때는 칵테일처럼 달콤하나 엄연히 알코올(소주)이 들어간 술인지라 많이 마시면 곤란했다. 20대의 해방감과 젊음을 만끽하려는 수단으로 마셨던 술. 그러나 그 달콤함에 취해 길바닥을 침대 삼아 누워 있는 젊은이들도 자주 보게 되었던 시기. 술 집에서는 어디를 막론하고 '칵테일 사랑'이 흐르고 있었던 시절이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 불티나게 팔리던 레몬소주와 소주방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으나, ‘칵테일 사랑’이라는 명곡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그때처럼 여전히 인기다. 그 사이 리메이크도 엄청나게 되었다니 실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아! 그리고 당시 꽃집에서는 노란색 '프리지아' 꽃이 불티나게 팔렸다 한다. 달콤한 향기 때문에 슬픈 전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꽃, 프리지아. 그런 프리지아를 한 다발 누군가에게 선물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절대 잊지 못하는 노래. 요즘도 봄이 되면 창문을 활짝 열고 볼륨을 높여 듣는 곡. ‘칵테일 사랑’이다.


Freesia / pixabay



https://youtu.be/3z1KFSdP084

리메이크 버젼 중 '반달눈'이 사랑하는 칵테일사랑


* 사진(합성) : 마로니에 3집, 성음(199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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