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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대회에서 처음으로 시로 상을 받던 날
그날의 기억은 하교 후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집 현관문을 들어서 신발을 한 짝씩 천천히 벗으며 앞서 달려 나가려는 발을 애써 붙들고
뭐랄까 그 순간 나만이 알고 있는 이 기쁜 소식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겼달까
둥둥 둥둥 방망이질하는 가슴 박자를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한 손엔 둘둘 말린 종이를 든 채로
폭죽을 터뜨 리기 전 시선은 엄마에게 고정하고
드디어 입 밖으로 가장 멋진 소식을 전하기만 하면 되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떼어 세상 작은 목소리로
“엄마 나 시로 상 받았어.” 손에 쥔 종이를 펴가며
하지만 적막과 함께 “그래.”라는 짧은 한 마디
방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길
하루가 끝나갈 때까지 평소와 같은 시간들이 걸음마를 떼고
깜깜한 저녁, 나는 방에서 둘둘 말린 종이를 손에 들고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부모님이 원하는 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거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종이를 하얀 방문 위에 가지런히 붙여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바라보니
진분홍 바탕의 종이에 정성스레 쓴 시와 그 옆에 그린 그림들이 하얀 여백에서 알록달록 춤을 추었다
어느덧 나의 기분은 조금씩 핑크빛으로 피어올랐고 다시금 가슴도 콩콩콩
그렇게 그 밤, 내 안의 작은 나팔 소리와 함께 조용히 나만의 축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