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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속삭임 27화

그날의 소리

by 문성희



그날 새벽잠이 오지 않았어요

마당에 나와 앉아

어딘가에도 시선을 고정하지 않은 채

가만히 그저 가만히 있었어요

깜깜한 하늘이 나의 눈을 가리고

오직 소리만 들릴 뿐이었죠


풀들이 서로 살을 비비는 소리

벌레들이 합을 맞추는 소리

흐르는 강물의 춤추는 소리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달과 별의 허밍소리까지


그 소리는 적요 사이에서

점점 크게 내 안에 깊숙이 들어왔어요

마음속에서 무언가 툭

눈에서도 눈물이 툭

그렇게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어요


그들 사이에서 너무도 외로웠고

그들과 어우러질 수 없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에

참을 수 없이 괴로웠어요

나라는 존재를 부정했어요


눈물 콧물 쏟아내며 울음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제 곁을 지키며 그저 들어주었어요

어느덧 침묵의 어깨가 되어 준

그들에게 기대어 조금씩 진정할 수 있었어요

늘 그렇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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