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얼굴들
이제는 아프지 않은 먼 과거의 흔적
살짝 아릴 뿐, 아직도 선명할 뿐
그들의 두 눈, 얼굴과 몸짓, 말투, 날카롭던 입꼬리
그들도 알지 못했던 이유 없는 일방적인 칼날
그저 견뎌야 했던 씁쓸한 그 어린 날들
이해할 수 없었던 외로움과 고독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될 성인의 문턱에 선 날
새로운 인생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그날들의 기억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 무기 삼아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지키며
나의 곁 누구의 곁도 되지 않고
즐거이 살자며 즐거이 살자며
하지만 늘어만 가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들
결국 과거와 과거의 나와 대면하는 순간
내 안의 어딘가 숨겨져 있던 그날들의 기억과 감정들
천천히 내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빨개지는 서로의 얼굴과 눈
아픔이란 슬픔이란 고통이란
그제야 우린 눈물을 흘릴 수 있었고
펼쳐 놓은 과거의 조각들을 보면서
어느덧 서로의 가슴에 손을 얹은 우리
이젠 괜찮다고 오히려 그 시간들로 인해
조금은 강해진 우리라고
그저 감사한, 아픔을 견딜 수 있었던 시간들
과거의 아이가 나의 손을 잡으며
침묵의 속삭임으로
“과거의 그들 또는 나 자신을 용서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건
상처받은 나를 잊지 않고 찾아주고 사랑해 준 너야
그거면 된 거야.”
그렇게 난 나를 용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