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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선생님 May 08. 2024

판매순위에 대한 집착.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지도 잊어버리지도 않기.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선배 작가분들로부터 들은 예언 중 하나는 '판매순위'였다. 출간 후, 적어도 한 달은 판매 순위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시작된 판매순위 확인은 끝날 줄을 몰랐다. 특히, 첫 번째 책이 그랬던 것 같다.


한 발짝만 더 떨어져서 생각해보아도, 작가가 순위를 자주 확인한다고해서 순위가 오를 리는 없었다. 애써 쓴 책이기에, 내 자식의 안부를 확인하는건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었지만,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책 쓰기에 대한 순수함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마음가짐을 다시 바로잡고자 유명한 작가님들의 에세이 몇 권을 읽었다. 대부분 책쓰기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책이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까지 수십권의 책을 썼다.' 핵심만 추리자면 이러한 내용이 각 작가의 글에 담겨있었다. '아, 한 권 출간하고 나는 무엇을 바란 걸까?'


책을 쓰기 전,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내고 미팅 연락이 오기까지의 과정은 예비 작가에게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책쓰기에 대한 간절함이 있기에 수백만원을 투자해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매일 쓰고 투고를 하거나, 독립 출판사를 창업한다. 책 출간에 대한 고민을 적은 글 하나하나에서도 간절함이 느껴졌다. 그 간절함과 출판사에서의 연락을 받았을 때의 기쁨, 그리고 원고를 쓰는 동안의 노고를 생각하면. 출간 순위를 자주 보는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다.


어느 날, 출근 길에 판매순위를 보다가 좌절감이 들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그래, 내 성격 상, 높은 판매 순위를 찍었다면. 그 다음이 불안할 거야. 어쩌면 그 다음이 불안해서 더 애를 쓰고, 다른 책을 투고하고, 스스로를 괴롭힐 수도 있어.'


그리고 순간 마음이 조금은 더 편안해졌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유명작가가 아닌 이상, 혹 유명 작가라고 하더라도 종이책을 독자의 손에 닿게 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다만, 나의 역할은 여전히 한 자리에서 책을 사랑하고 그 마음을 이렇게 한 자 한 자 담는 행위가 아닐까. 


책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앞으로도 남몰래 조금씩 투고를 시도하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숏폼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눈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눈에 보여지는 단 1-2초 안에 진심이 드러나지 않으면 책은 독자의 손에 잠시 닿았다가 다시 서점에서 주인을 기다릴 것이다.



마음이 헛헛할 때는 책을 오랫동안 쓰신 작가님들의 책을 읽는다. 새로운 주제를 애써 생각하고 또 다른 책에 열정을 쏟는 과정도 귀하지만, 아직 창창한(?) 30대 후반이기에, 앞으로 쓸 재료를 일상에서 더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 큰 바람은, 오랫동안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눈과 손의 건강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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