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지도에 지친 부모님들께.
'코로나 19'가 우리의 삶에 들어온 지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간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는 이제 우리들에게 '종식'의 기대감 조차 주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sns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을 보면 낯설게 느껴지거나 아이의 사진을 올릴 때는 마스크를 벗기고 찍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매일 입는 옷처럼, 마스크 또한 우리의 삶에 일부가 되었다.
2020년 상반기는 어른들에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과거 내가 초등학생 때에도 <ebs방학생활>을 보고 교재를 푸는 숙제가 있기는 했지만 당시는 주로 인터넷보다는 TV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학교가 학원가랑은 거리가 매우 멀었던 터라 공부를 좀 열심히 한다는 친구들은 PMP가 손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인기 있었던 드라마를 다운로드하여서 기숙사에서 보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영상 속에 중독이 될 만큼 빠져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즘은 영상으로 한글, 숫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거의 일반적이다. 이전에도 TV 안에서 영어나 한글 공부가 가능했고 내가 유치원 때에도 빅 벌드(big bird)가 나오는 비디오를 유치원에서 본 기억이 아주 어렴풋이 나지만, 요즘 영상 기술은 그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영상보다 더 강력하고 짜릿한 자극은 없다. 물론, 시대가 바뀜에 따라서 영어나 한글을 영상으로 공부하는 것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영상이냐 아니냐'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조차 빼앗아버렸다.
초등학생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비록 짧은 40분이지만 아이들은 주의집중에 굉장한 어려움을 보인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지지고 볶고(?) 했던 이야기가 사라졌다. 주 1~2회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교사가 관심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에 힘이 점점 없어진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내가 육성으로 지도하는 수업은 흥미를 끌기에 한계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효과음이 나오고 자동으로 "띵동! 정답입니다~" 음성을 내줄 수 없다.
미디어 시대, 온라인 시대이기 때문에 아이들 또한 그에 맞추어 교육 방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 지금은 그 과정 중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진부하지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다. 그래서 매 회기 마지막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에이, 선생님, 지루해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의 눈이 점점 반짝이기 시작한다.
"근데 강아지 똥은 희생을 했기 때문에 행복한 거 아니에요?", "선생님, 나도 걱정 상자 만들어주세요!" , "선생님, 슈퍼토끼는 언제 사 와요? 슈퍼 거북은 1등으로 재미있었는데." 미디어에서 느낄 수 없는 눈 맞춤과 '사람 사는 냄새'를 아이들이 느끼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도 아이들의 현행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주고 객관적인 결과 분석자료가 한 번에 전송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깊이 읽어내기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에는 아이들에게 표지를 먼저 보여준다. 표지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 "너는 걱정이 있어? 어떤 걱정이 있어?", "걱정 상자 안에 뭘 넣고 싶어? 선생님도 걱정 상자 안에 많은 걱정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대답은 열에 아홉 명은 '몰라요'로 시작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이 넘겨질 때 즈음 '근데 있잖아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림책 안에는 아이들에게 말로 한 번에 정의해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가득 담겨있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살을 맞대며 배워야 할 것들도, 가족 관계에서의 갈등과 해소가 담겨 있다. 사춘기 시기에 맞닥뜨리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그 궁금증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고, 부끄러운 질문이 아니라고. 또 작가가 아는 친구는 이렇게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고 알려준다.
2020년 짧은 여름방학 기간에 각 집마다 그림책 읽는 소리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작은 모니터 세상 속에서 나와서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그림책으로 시선이 옮겨졌으면 좋겠다. 오피스촌과 업무에 지친 어른들이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가서 마음의 힐링을 얻고 오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은 잠시 숲에 온 듯한 휴식을 선물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