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시절 | 사막에 샘이 넘치고 꽃이 피어 향내 나는

2025. 9. 25 作 (인생)

by back배경ground

저의 리즈 시절이 언제였는지 묻는다면
리즈 시절은 무슨 뜻인지 되물어 볼게요
가장 멋지고 찬란했던 순간이요 하시면
비가 억수로 온 다음이라고 대답할게요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뭐 이런 뜻인가요?
땅이 굳는다고 찬란하기까지 하겠어요
비 온 뒤에 굳었으니 울퉁불퉁하겠지요
좋은 점도 있겠지만 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럼 왜 비가 온 다음이 리즈 시절인가요?
그냥 비가 아니라 퍼붓는 비여야만 해요
네네 억수로 퍼붓는 비 왜 그래야 하나요?
그래야 깊숙이까지 다 젖을 수 있거든요

어렵네요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무척 메마르고 거친 인생이랍니다
이렇게 태어났으니 제 잘못은 아니지만
벗어날 수도 없는 운명 같은 것이랄까요

이렇게 살다 보니 자타공인 팍팍하네요
저를 애써 찾아오는 이들은 거의 없어요
실수로 발을 들였다가는 큰일 나거든요
극한을 견뎌내는 이들하고만 살아가요

어느 날 가만 보니 이상한 게 있더라고요
어디서 어떻게 온 것들인지 모르겠는데
제 안에 가만히 박혀서 움직이질 않아요
작은 돌멩이나 큰 먼지라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하늘에서 비가 쏟아부어지는데
겉이 젖고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고 나자
글쎄 얘들이 꽃을 피우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도 꽃밭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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