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 드넓은 세상을 무한한 존재를 만났을 때

2025. 9. 21 作 (진리)

by back배경ground

우리 집에서 강변북로를 타기 위해서는
내부순환로를 타고 동부간선을 타야 해
내부순환로가 도심 한 복판에 있다 보니
도로를 높이 세워서 경치가 제법 괜찮아

특히 저기 저 멀리 롯데타워가 보이면서
말 그대로 드넓은 하늘이 펼쳐지는 장면
일곱 개 음표로 수많은 노래가 지어지듯
하늘을 그리는 구름은 천 개의 얼굴이야

내리막에 접어들면서 하늘 쇼가 끝나면
마치 티저 영상처럼 개울 풍경이 나타나
부리 긴 새가 물속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
난간 없는 돌다리의 생김새가 묘해 보여

그러다 문득 거칠 것 없이 보고 싶더라고
하늘 구름을 보는데 고층빌딩이 걸리고
시냇물을 보는데 물가 주차장이 걸려서
나도 차 안이면서 이런 생각도 이상하지

옛날 사람들은 해님 달님께 빌었다는데
거칠 것 없는 하늘을 하루하루 바라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의 신묘함 앞에
고개가 숙여졌을 모습이 이해되기도 해

열하일기에 호곡장론 일화가 나오는데
산모롱이를 돌아 요동벌판이 펼쳐지니
눈에 헛것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현란해
"가히 한 번 울 만하구나"하고 감탄하셨어

갓난아기가 세상에 나오며 우는 이유도
출생의 기쁨과 일생의 슬픔 때문이 아닌
넓고 훤한 곳으로 터져 나옴 때문이라고
경외감을 접한 작은 존재의 떨림이라고


(4+16+16x4x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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