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에 한 번, 발작처럼 퇴사 욕구가 찾아온다. 그 마음은 파도와 같아서 밀물처럼 무섭게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다가 때가 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하지만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흔적이 남듯, 내 마음에도 조용한 흔적들이 남는다.
지나간 파도와 함께 쓸려왔던 부유물들이 마음 깊은 바닥에 해변가의 쓰레기처럼 남아있다.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은 썰물에 쓸려 잠깐 멀어졌지만 언젠가 밀물에 실려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안다.
도무지 내 자신을 긍정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정말이지 나를 좋아할 수가 없다.
어떤 날은 커다란 하루치 스트레스를 마음에 지고 들어와 거실 창문 앞에 앉는다.
#디톡스
식물에 물을 주고
정성껏 저녁을 차려 먹고
편의점에서 산 와인을 따라 마신다.
때로는 캔 맥주를.
도망치고 싶을 때 손쉽게 도망칠 수 있는 방법들.
아,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일도 있겠지.
(과연 그럴까?)
또 그렇게 매일 똑같은 하루, 하루, 하루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식물부터 봐.
퇴근해도 먼저 식물부터 보구.
그러다 어느날 새순이 나오면…
조금 웃는다.
@illust&writing by 주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