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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Mar 21. 2020

치유의 숲으로 간다. 용대 자연휴양림

- 용대리에 가면 먼저 구수한 황태 해장국 한 그릇 먹고 휴양림에 갑니다

 동홍천 ic에서 속초 방향 국도를 따라가다 인제에 들어서면 주변에 황태 해장국집이 하나둘씩 보인다. 그렇게 식당들을 지나가다 보면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설레기 시작한다. 용대 자연휴양림이 머지않은 것이다.


좀 더 가면 백담사 가는 길이 보이고 다음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나면 또 해장국집이 몇 군데 있다.(용대리의 겨울은 명태를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황태 덕장도 많고 해장국집도 많죠.) 그즈음이 되면 늘 배가 고파온다.  '그래. 텐트를 치려면 일단 먼저 든든하게 먹어둬야겠지.' 하며 바로 보이는 식당으로 간다. 역시, 황태 해장국의 뽀얀 국물이 구수하게 속을 달래준다. 참 맛이 있다. 그렇게 용대 자연휴양림에 가면 가장 먼저 황태 해장국을 먹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다.


 아무튼 황태 해장국을 먹고 휴양림 입구를 지나 깊숙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영장이 나온다. 용대 자연휴양림은 태백산맥의 진부령 정상에 있는 휴양림으로 숲이 무성하고 수량이 풍부하여 계곡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여름에 가면 맑고 차가운 계곡에서 한 나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기에 주로 여름이 되면 용대 자연휴양림을 찾아가곤 했다. 그래서 휴양림의 나무들, 바위들과 오솔길에는 지난 몇 해 간의 나의 여름이 켜켜이 쌓여있다. 숲에 머무르는 동안 그 기억을 열람해 읽으면서 새로운 여름을 만들곤 했다.


 깊은 여름에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다. 숲이 품고 있는 계곡에서 시원한 한 때를 보내고 나면 선득해지기까지 하다. 그럴 때 얇은 카디건을 걸치고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히고 나면 숲의 향기가 몸으로 번진다. 그러면 모두가 다 나무가 되는 것 같다. 발가락 사이로 잔뿌리가 나오고 손에서는 잎사귀가 자란다. 잎사귀는 하늘로 죽 뻗어나가며 무성해진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쨍한 여름 하늘이 우리의 머리를 말려준다. 그러다 보면 슬슬 저녁 먹을 때가 다가오고.


  용대 휴양림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럴 때 바로 속초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시령 고개만 넘으면 속초가 금방이다. 속초가 가깝다는 것만으로도 용대 휴양림을 즐겨가는 이유 중에 하나다. 가서는 화려한 여름 바다를 앞에 두고 전복이며 멍게며 해삼, 싱싱한 해산물 등이 들어간 시원한 물회를 먹는다. 그러곤 중앙시장에 들러 닭강정을 사서 휘리릭 야영장으로 넘어온다.(야영장 한 바퀴 휙 둘러보니 다들 텐트에 닭강정 박스가 하나씩 있어 슬쩍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여름밤은 길고 다정하다. 여름만 사는 날벌레들이 렌턴 주변에 모여 반상회를 하고, 주변 색색의 텐트들에서는 나지막한 담소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리고 렌턴의 빛이 닿지 않는 거대한 숲에서는 “찌르르르”, “쏴쏴” 풀벌레 소리가 밤새 들린다. 가끔 들리는 소쩍새 소리는 우리가 여름 한가운데에 있다고 일깨워준다. 습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훈훈한 바람이 어두운 계곡에서 연신 불어온다.


 용대 휴양림에서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황태해장국으로 속이 풀리고, 숲의 향기와 계곡의 청량함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바다를 보며 먹는 속초의 물회에 입맛이 돌고, 여름밤의 다정한 소리에 마음이 넉넉해지고 만다. 방전되었던 몸과 마음을 휴양림이 달래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코로나 19가 진정되고 일상을 다시 찾게 되면 가장 먼저 치유의 숲, 용대 자연휴양림을 찾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여름을 만들어 정겨운 나무와 바위와 오솔길들에 꽂아두고 싶다. 언제고 다시 열람할 수 있도록.


숲에서는 음식이 익길 기다리는 시간도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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