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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숲 Jul 25. 2020

나의 녹색 스위치는 언제나 ON, 방태산자연휴양림

- 마음 속에 자연을 품고 사는 것, 나를 나로 서게 하는 일입니다

 비가 그친 후 하늘이 참 맑다. 창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한없이 부드럽고 시원하다. 이 바람이 좋아 집 앞 베이커리에 나가 휴일 오전 시간을 보낸다.


 열 살 아들과 자전거를 타고 빵집으로 달리는 길은 언제나 상쾌하다. 며칠간 비가 계속 내려서 햇살이 그리웠던 걸까. 따뜻한 봄 햇살에 젖은 빨래가 마르듯 마음에 서린 습기도 사라지고 만다. 크로와상에 커피 한 잔을 두고 비 개인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삼 이 계절이 참 좋다. 그리고 제법 더워지기 시작하는 늦봄에 시원하게 쏟아 내리던 방태산 자연휴양림의 이단폭포가 떠오른다. 비가 온 후에는 그 얼음처럼 차가운 물들이 바위틈을 둘러 더 세차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것이다. 그리고는 묵직한 바위 위로 커다란 소리를 내며 번질 것이고 곧이어 바로 숙명처럼 온몸을 부딪쳐 떨어지겠지. 수파가 여기저기 튈 것이고. 쉼 없이 계속되는 폭포수의 새로운 물들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어떤 경이로움이 번질 것이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강원도 인제 기린면 방동리, 구룡덕봉과 주억봉 사이 맑은 계곡에 자리한 숲이다. 이곳이 워낙 수량이 풍부한 곳이라 기린면 입구로 들어서면 도로 곳곳에 낚시 물품을 파는 점방들을 볼 수 있다.

엄마 여기는 기린이 많은 곳이라서 기린면이야?

기린면으로 들어서면 기린초등학교가 먼저 반겨주는데 학교 이름을 보자마자 호기심 많은 아들이 물어본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 곳이 기린이 많아서 기린면이 아니고 사슴이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 사슴이 많은 곳이라니 그만큼 깊은 숲이었다는 걸까? 실제로 휴양림에 접어들면 여기는 정말 신선이라도 나올 듯 울울한 원시림이 펼쳐진다. 그리고 사정없이 떨어지는 물소리. 그렇다. 계곡의 물들이 산을 돌아 아랫마을로 흘러가는 세찬 소리들이 숲을 흔든다.


 

휴양림에 도착하면 먼저 텐트를 칩니다.



 휴양림 입구에서 미리 예약한 데크 위치를 확인하고 짐을 옮겨 이틀 묵어갈 집을 짓는다. 숲이 내주는 작은 데크 덕분에 거대한 숲의 숨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짐은 최대한 줄이고서.(휴양림의 데크 캠핑은 오토캠핑과 달라서 보통 야영장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짐을 데크까지 날라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니멀 캠핑을 꼭 지향하지 않더라도 점점 장비를 줄이게 되네요^^) 집을 짓고 보니 데크 앞으로도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위에서 보기만 해도 바닥이 훤히 보이는 계곡이라니. 숨길 것이라고는 없이 투명하다.



끊임없이 물들이 쏟아집니다. 바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물들은 언제나 새로운 물입니다.



 휴양림에 도착한 첫날에 집을 짓고, 밥을 짓고, 텐트 주변을 산책한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면 둘째 날은 탐험을 하기로 한다. 유명하다는 마당바위와 이단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눈부신 신록과 함께 한다. 작은 배낭에 물과 노트, 소형 돗자리를 넣고 물소리를 따라간다. 이정표를 보지 않더라도 점점 세차지는 물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눈 앞에 너른 평상 같은 바위와 이단폭포를 만나게 된다. 수없이 많은 물줄기로 갈라져 아래로 떨어지는 물방물이 햇살에 빛나고 바위 위로 사정없이 내리치는 물살을 보고 있다 보면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조금의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들. 그리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부딪치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물들이 진정한 어른 같아 보인다. 그리고 그 물이 품어주는 생명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방태산자연휴양림에는 이렇게 너른 바위에 흐르는 계곡도 볼 수 있습니다.


  이단폭포의 웅장한 소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너른 바위 옆에 돗자리를 깔아 두고는 한나절을 보내기로 하였다. 돌을 스치는 옅은 물을 발로 휘휘 저어가며 찰방거리는 일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큰 바위 위로 물들이 돌아나가는 곳이라 맨발로 걸어 다녀도 흙이나 모래가 밟히지도 않고, 물을 지나오는 산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했던지. 오늘처럼 비 갠 후, 청명한 날엔 제법 시원해진 바람이 계곡을 돌아 나올 것이다.


 베이커리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조각 얼음이 띄어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휘휘 저어가며 진정한 어른 같던 이단폭포를 떠올릴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자연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일은 나를 참 건강하게 한다. 날이 좋아서 또는 날이 좋지 않아서 떠오르는 모든 자연들이 나를 미소 짓게 하니까. 그리하여 내 마음속 녹색 스위치는 언제든 ON이다.


 조만간 울울한 원시림으로 나의 이마를 시원하게 짚어줄 이단폭포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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