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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당근 Oct 07. 2021

꿈을 이뤄본 적 있나요?


“꿈꿔온 순간을 두 눈으로 담은 게 언제였더라?”




 꿈에 그리던 사막에 있는 내 모습을 글로 한 문장씩 써내려 갈 때마다 그 장면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그 아름답던 광경과 다정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 모습까지 모두.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기숙한 곳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만 내가 찾지 않았을 뿐이었다. 


 모래 언덕을 힘겹게 올라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한 그림 같은 장면은 전신에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생생했다. 하지만 그런 멋진 꿈을 꾸고 이루기도 했던 20대의 나를 생각하면 낯설게만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 생경함은 뚜렷해지게 될 텐데 그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도대체 그런 석연치 않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시간의 틈도 저만치 벌려져 있지만, 여기서 남미까지의 물리적인 거리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시공간 모두 현실과 분리된 채 만나지 못하고 수년이 흘러버렸으니 당연한 이치이다. 그대로 두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흘러가는 세월에 저항심이 들진 않지만 그래도 순순히 따라가지는 못하나 보다.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온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중요한 일부가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일부는 영원히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반복해서 살아가는 거다.


 그 사막에도 역시 나의 작은 조각 하나를 두고 왔다.  사막 한가운데 홀로 앉아 나는 지평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다른 사람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다). 확고한 의지와 자긍심으로 눈빛이 반짝인다.


  더 이상 그 속에 있는 젊은 여행자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그런 벅찬 꿈을 꾸고 또 이룬 적도 있었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또다른 꿈을 꾸게 되었을 때 그때처럼 잘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타닥타닥 살아 있길 바란다. 그때의 나는 그곳에 멈춰 있지만. 그 뜨거운 불씨를 안고 살아가는 나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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