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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J Nov 13. 2024

알아차리는 것과 다루는 것

[나의 애도(愛道)] - 2023년 1월 23일

병원 뒷산에는 환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암환자와 우울증은 한 세트라 병원에서 조성한 공간이었다. 어디야 라고 생각할 때쯤 나타난다.

겨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움직임이 좋지 못한 환자들도 많아서 정작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없다. 

그래서, 여기는 내 전용공간처럼 조용하다. 

   

이곳에 오면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오늘도 잠깐의 망설임을 물리치고 올랐는데 머리 비우는것에는 실패했다. 그런 날은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 경험을 계속하며 머리가 오히려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유투브 속 법륜스님은 지속가능한 행복은 알아차림에서 온다고 알려준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가라앉았던 불안함이 오늘 다시 올라오는구나" 라고 알아차리는건 했다.

근데 그걸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는 깨닫지를 못하여 계속 마음이 쿵쿵하고 내려앉는다.


상처를 그냥 옆에 두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SM에게 말해주기도 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아차리고 나서는 그냥 옆에 두면 된다는 것을...

근데 지금 보니 그것도 상처가 아물었기 때문에 가능한거 같다. 상처가 더 이상 상처가 아니라서 아~~ 그런 상처가 있었지 하고 내려다 볼수 있는거 같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려나???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과 같은 크기와 같은 질감의 불안일까?

이 사건이 그 자체로 불안하고, 같은 질감도 아니란걸 알아서, 그래서 불안하고 무섭다.


그간의 삶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내가 다룰수 있다고 자신했었나보다. 무의식에서...


머리가 점점 복잡해져 그만 병실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여러번 크게 숨을 쉬어 본다. 별로 나아지는거 같지 않다.

지금은, 단기처방으로 다른걸 빨리 해야겠다. 

깊은 사유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쾌락을 먹어야 하는 순간도 있는거지. 

바로 지금이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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