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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J Oct 23. 2024

퇴원, 다시 입원

[나의 애도(愛道)] - 2023년 1월 16일 월요일

이 병이 이래서 지랄 맞다. 수술하고 퇴원한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었다. 마음이 홀가분하지가 않다. 

내가 받아들이는 심리적 저항선은 방사선 치료까지인가 보다. 퇴원자들을 모아 유방암에 대한 교육을 해준다. 듣기만 해도 무섭고 거부감 드는 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너무 많이 해준다.


항암. 직장은 어쩌지 하는 걱정과 애들은 어쩌지 하는 공포가 덮친다. 

‘당장은 회복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했다가 바로 마음이 복잡해진다. 

분 단위로 들썩거리는 감정을 어디에 털어놓을 수 있을까? 그런들 해결될까? 

머릿속이 온통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 찬다.


새로운 병원으로 옮겨 왔다. 달라진 건 없지만 공간이 주는 변화는 참 신기하다.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다. 내가 속한 공간에 따라 다른 공간과의 스위치를 끄고 켜는 걸 비교적 잘하는 편이고, 감정 조절도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출근하면 집안일을 잊고 집중할 수 있었고, 퇴근하면 연구원 일을 잊고 아이들과 잘 놀았다. 근데 왜 스트레스가 병을 일으켰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사가 말한다. "정신력으로 버틴 거지요. 몸은 그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었던 거지."

그럼 어쩌라는 말인가? 몸과 정신이, 몸과 마음이 따로였다는 얘긴데, 뭐 이런 기괴한 결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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