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도(愛道)] - 2023년 1월 25일 ~ 1월 30일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 며칠은 휴가기간이 길고 길게 느껴져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불현듯 차고 올라오는 불안함은 다룰 길이 없어도 수술 후 회복이 빨라 마음은 대체로 여유롭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출근하기 싫다. 지나간 시간이 아쉽고, 좀 더 쉬고 싶고 그렇다.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이 야속하지만 내 휴가가 민폐가 아니었음에 안심이다.
이 시기에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나의 자의로 구성된 건 아니지만 너무나 고맙게도 나를 너그러이 봐준다.
모든 것이 의도가 아닌 운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 거 같지만 한편 무력감이 든다.
출근일과 수술 후 첫 외래일이 같이 다가온다. 후련함과 불길함이, 행운과 불행이 동시에 오고 있다.
출근이 싫은 건지, 외래가 싫은 건지, 불안을 안고 살아갈 미래가 어려운 건지....
드디어 퇴원을 해서 집에 왔다. 들어오는 순간 좋고, 들어오는 순간 샤워가 급하다.
염색부터 했다. 내일은 집에 꼼짝 말고 있을 예정이다.
샤워하면서 압박브라를 벗고 가슴과 겨드랑이의 수술자국을 자세히 봤다. 생각보다 작아서 마음이 좀 풀린다.
근 한 달 만에 먹는 아이들과의 식사가 맛있고, 목격하지 못한 아이들의 일상이 맛있다.
너무 빨리 철들지 말라고 말했는데 왠지 조금은 더 철든 거 같아 안쓰럽다.
집이, 내 아이들이 있는 내 집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