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감정, 에너지를 갈아 넣는 일상을 위해
태어남을 원망하는 소리, <흥글소리>의 첫대목은 노래 속 화자가 엄마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어매어매 울어매는/ 뭣할라고 날났는가’
‘어매어매 우리어매/ 뭣을하자고 나를 나서’
‘어매어매 우리어매/ 뭣을할라 나를낳어’
‘어매어매 울어매는/ 뭣을묵고 날났든가’
‘엄매엄매 우리 엄매/ 뭣할라고 날벨적에’
‘어매어매 우리어매 /뭣할라고 나를나서’
‘어매어매 울어매’라는 말은 화자의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결혼하기 전 노랫말 속 화자가 가졌던 자기 인식을 말합니다. <흥글소리>는 어린 시절의 나, 엄마를 부르던 시절의 나가 진정한 나라는 자의식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보입니다. ‘어매어매 울어매’라는 관용적인 표현은 이 노래를 불렀던 여성들의 현실인식을 그대로 말해줍니다. 결혼하여 며느리가 되었지만 화자는 여전히 엄마라 부르는 그 마음으로 현재를 살고 있습니다.
‘뭣할라고 나를나서’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딸로서 태어나 자란 시절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원망의 말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반영됩니다. 딸의 시절을 떠올리면서 지금 처한 고단하고 외로운 처지를 실감하는 그에게 원망과 탄식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인식과 회복할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자각이기도 합니다.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인식은 현재 직면한 현실의 가혹함을 말해줍니다. <흥글소리>는 바로 그런 경계에 선 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지금 이곳은 누구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없는 곳입니다.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전의 유보된 상태의 타자로서의 고단함이 묻어납니다. 아직은 가족이 아닌 신분으로 고립되어 있는 그에게는 당연한 절망이며 소외감입니다. 지금 현존하고 있는 공간은 나를 낳은 어머니가 속한 공동체와는 완벽하게 단절된 곳입니다. ‘어매어매 울어매’라는 탄식은 ‘뭣할라고 낳았는가’라는 원망의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흥글소리>는 낯선 타지, 시집이라는 공간에서 돌이킬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부르는 화자는 결핍과 소외에 처한 며느리입니다. 가족으로 인준되기 이전의 낯선 자로서의 입지, 그 어디에서 속할 수 없는 경계에 선 서툰 자의 생존을 위한 외마디이자 외침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이해관계의 망은 전통사회와 다르게 복잡합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려운 사회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생각과 감점, 에너지를 갈아 넣어야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에게도 <흥글소리>가 필요합니다. 그 원망과 탄식이 연대를 이루어 세상의 부당함과 부조리에 맞설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흥글소리>를 불렀던 그 어린 며느리는 결국 장손(아들)을 낳아 그 집안의 주도권을 가지는 편을 선택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