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가 요즘 티비에 다시 나오고 있다.
한창 수유하고 아기 키우고 첫째 쫓아다니고 할 때 초몰입해서 봤던 드라마다.
육아휴직자 신분이었지만 가정주부로 육아와 살림에 허덕이던 때였다.
뭔가 우울해 보이지만 곳곳에 유머와 해학이 있는 드라마고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아, 그래, 남편도 밖에서 저렇게 회사 생활하느라 힘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의 노고와
더불어 나의 고된 일상의 노고도 다스렸었다.
이제는 퇴직자가 된 나의 모습으로,
기간제 행정 업무를 하는 나의 모습으로
다시 방영되는 나의 아저씨를 보니
'엇, 나 거의 회사에서 이지안같은 자리인거네...'
하며 현타를 맞는다.
집에서 고민하느니
일단 나와서 고민하자는 마음으로 스타트를 끊었는데
'나 이대로 괜찮은걸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물론 계속해서 이것저것 노력하고 있지만
이 일로 보람을 느끼기에도 뭔가 애매하고,
그렇다고 영혼 없이 있자니 더 잉여가 된 것 같은,
또 한편으로는 계속 애쓰고 있는데 나 너무 스스로를 채찍질 하나 하는 생각들이 뒤엉킨다.
머리가 어지러워지도록
소화가 되지 않도록
공부도, 제대로 된 재취업도 신경쓰고 있다.
매일 두통과 소화불량과 스트레스와 원인 모를 열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나이 많은 이지안이 될까? 아니면
메이저가 될까?'
알 수 없는 막연한 미래를 향해
오늘도 불안과 자괴감과 현타를 맞아가며
아무렇지 않은 척 파티션 사이에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