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얼마인가요?

by 최소망

일주일이 지나 어느덧 엠마가 눈물 트레이닝 센터에 가야 하는 날이 되었다.


일찌감치 센터에 도착한 엠마는, 1층 로비에서 신분증을 손에 꼭 쥐고 접수를 받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명품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도배를 한 재벌처럼 보이는 사람들, 문자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직원들에게 계속 되묻고 있는 외국인들을 포함해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궁금한 상황들을 서로에게 묻고 또 묻고 있었다.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어! 나는 전 세계 100여 곳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호텔의 외동아들로 태어나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학교에서 일등을 한 수재야! 여러 명의 형제들을 다 제치고 아버지 뒤를 이어 사장이 된 유능하고 완벽한 억만장자라고! 근데 내가 어떻게 모은 재산인데 이제 이 돈들은 효력이 없고 눈물이 돈이 된다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인정할 수 없어!! 여기서 제일 높은 사람 나오라고 해!


몇 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명품시계와 함께 장인이 한 땀 한 땀 새겨 넣은 고급스러운 금장 단추가 목과 가슴에 장식되어 있는 블랙 슈트를 입고 빗으로 잘 빗어 위로 살짝 올려 아주 깔끔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머리를 하고 있는 한 남자가 로비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엠마는 저렇게 비싼 옷을 입을 수 있을 정도면 최소 50대 이상 대기업의 회장님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남자는 너무 젊어 보였고 아무리 많아도 절대 30살은 넘지 않아 보였다. 겨우 겨우 그 남자한테서 눈을 뗀 그녀는 신규 교육장소를 찾아보려고 계속 둘러봤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통 어디가 어딘지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몇몇 직원들은 어찌나 바쁜지 엠마는 바쁜 직원들에게 묻기가 미안해 시도조차 못하고 서있었다.


“엄마! 나 방금 교육받고 나왔는데 이 사람들 다 미친 것 같아. 아파서 나오는 눈물에 고작 10 오슬러라니 그걸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야? 정말 어이가 없어서!”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며 지나가는 여자와 맞닥뜨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먼저 교육을 받고 나온 지원자임이 틀림없었다. 엠마는 아주 빠르게 핸드폰 메모장을 켜서 “교육장소가 어디예요?”라고 적은 뒤 통화에 방해되지 않게 여자에게 살짝 다가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여자는 쌀쌀맞게 손가락으로 휙 왼쪽을 가리키더니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여자가 알려준 대로 왼쪽을 향해 끝까지 걸어가니 벽면과 천장, 바닥 모두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통로가 나왔다. 유리 안쪽은 하얀 수증기들로 가득 차 있고 유리 표면에는 송골송골 맺혀있는 물방울들이 마치 눈물처럼 맺히고 흐르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유리 너머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왔다.


엠마는 이 공간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살짝 서늘하고 서글픈 느낌이 들어서 재빠르게 수증기 터널을 지나 아주 커다란 콘퍼런스 홀을 발견했다. 새로지은 깨끗하고 깔끔한 콘퍼런스 홀 문 오른쪽에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이는 금장 무늬로 “신규교육센터”라고 적혀 있었다.


엠마는 시계를 확인했고 어느덧 시간은 트레이닝 예약 시간 1분 전이었다. 초행길인 데다 사람들까지 많은 혼잡한 로비를 지나 교육센터를 찾느라 시간을 한참이나 허비한 것이다. 엠마는 일찌감치 도착하길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급하게 오느라 엉망진창이 된 앞머리를 정돈하고, 숨을 한번 깊게 내쉰 후에 새로 지은 냄새로 가득한 콘퍼런스 홀에 두꺼운 문 손잡이를 밀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동문으로 만들 것이지 겉만 번지지르하고 아무짝에 쓸모없는 무거운 문 손잡이를 달아놨다고 구시렁대며 엠마가 겨우겨우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새하얀 바닥과 벽 그리고 가구, 투명한 통유리로 만들어진 유리창들,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음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달려져 있는 은은한 조명까지. 갑자기 너무 밝은 공간으로 들어서서 눈이 부신 엠마는 잠시 동안 눈을 찡긋하며 눈이 적응되기까지 기다린 후, 윙크하듯이 왼쪽 눈부터 살짝 떠서 정면을 바라봤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볼 법한 하얀 원탁 테이블이 가득 놓인 넓은 연회장에 달랑 4명 정도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엠마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로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마주친 탓에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엠마는 너무나도 고요한 적막 속에 몇몇 사람들이 서로 어색하고 낯설어 쭈뼛쭈뼛 앉아있는 상황에 더 크게 당황했고 얼굴부터 목까지 빨개져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천천히 동그란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겼다.


엠마는 매우 당황했지만 상황을 보니 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어색한 마음을 꾹꾹 깊숙이 누르고 원래 좋은 사교성을 조금 더 극대화시켜 모든 사람들에게 크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 뒤, 몇 자리 남지 않은 원형 테이블 의자 하나를 골라 앉았다.


얼굴이 매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아까 로비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입고 눈물 결제 시스템은 매우 불공평한 일이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바로 그 남자였다. 그 남자는 로비에서 이미 너무 많이 소리를 질러서 지쳐 버렸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붉어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앉아있었다. 팔짱을 끼고 있어서 그가 차고 있던 명품시계에 눈이 간 엠마는 “저 시계도 매우 비싼 거겠지? 얼마일까?”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현명하게 입 밖으로 그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엠마는 시계에서 시선을 돌려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어서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엠마는 자기도 모르게 “와우! 시계가 정말 멋지시네요”라고 했고 남자는 더욱더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째려보며 대답 없이 다른 쪽으로 고개를 홱하니 돌려버렸다.


엠마 역시 황급히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리려 왼쪽을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9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엄마로 보이는 여자 옆에 앉아서 웃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는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낡은 가방을 연신 들썩이며 무언가를 정신없게 찾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를 귀찮게 할 법도 한데 그냥 조용히 밝게 웃으며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순간 엠마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엠마를 향해 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엠마는 그런 아이의 미소의 화답하고자 최대한 입을 크게 뻐끔거리며 안녕?이라고 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런데 너무 손을 세차게 흔들었던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물컵을 쳐서 물이 테이블에 쏟아져 버렸다. 당황한 엠마는 황급히 닦으려고 했지만 휴지가 없어서 어떡하지 하며 두발을 동동 거리며 손톱을 깨물었다.


“괜찮아요? 물이 옷에 튀진 않았어요?” 황급히 표정관리를 한 엠마가 대답했다 “네? 아! 네네!! 저는 괜찮아요! 휴지 고마워요. 물 쏟은 것도 당황스러운데 휴지까지 없어서 더 놀랐거든요! 아참!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엠마라고 해요” 여자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저는 그레이스예요!”


엠마는 그레이스를 보자마자 매우 놀랐다. 붉은 갈색머리, 블루, 핑크, 그레이 컬러렌즈를 두세 겹 겹쳐 낀 거 같은 오묘하고 그윽한 눈동자. 검은색 티셔츠에 무심하게 체크 셔츠를 겹쳐 입고 손목에는 다양한 색상의 실을 꼬아 만든 히피 스타일 느낌의 팔찌를 차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같은 여자지만 입을 벌리고 그 잠깐 사이에 그녀에게 반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왠지 그녀가 낯이 익는다는 사실이었다. 어디서 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저 얼굴 저 팔찌 분명히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았다. 어디서 봤는지 생각해 내려고 미간에 주름을 잔뜩 만들어내면서 뚫어지게 여자를 쳐다보고 있던 엠마는 어디서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커다란 꽃이 잔뜩 박힌 촌스러운 꽃무늬 블라우스, 부담스러울 정도로 타이트해서 실루엣이 훤히 들어나는 검은색 매머드 라인 치마, 170cm도 넘어 보이는데 족히 10cm는 넘을 것 같은 킬힐까지 신은 여자가 빨간색 뿔테 안경을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으쓱 한번 올리며 엠마와 사람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왔다. 매머드 라인에 치마가 얼마나 타이트한지 여자는 다리 보폭을 넓게 벌리지 못하고 총총걸음으로 그 넓은 교육장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의 얼굴이 더 자세하게 보였다. 태닝을 과도하게 해서 불긋불긋해진 얼굴과 팔, 역시 자외선에 과하게 노출되어 생긴 볼 부분에 주근깨, 여러 색깔이 섞인듯한 갈색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려 잔머리가 잔뜩 내려와 지저분한 머리까지. 엠마는 직감적으로 왠지 저 여자가 메시지에서 본 교육 담당자 Sue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 Good afternoon! 다들 기분 어떠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께 새로운 화폐시스템인 “눈물 페이”의 제도와 교육을 도울 담당자 Sue라고 해요”

엠마를 포함해서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들은 이렇다 할 반응 없이 계속해서 Sue의 말을 경청했다.


“먼저 간단하게 눈물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돈을 쓰는지에 대해서 준비된 화면을 보며 브리핑을 하고 트레이닝 센터 내부를 몇 군데 정도 견학해보겠어요.”

화폐시스템이 바뀐다는 뉴스 이후에 아마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Sue에 말에 끄덕끄덕 고개로 사인을 보내며 집중했다.


먼저 간단하게 자신들의 이름을 소개하는 게 어떻냐는 Sue의 제안에 다들 각자 간단하게 자신의 이름 정도만 소개를 했다. Sue가 엠마를 처음으로 지목해서 소개를 부탁한다고 했기 때문에 엠마는 첫 번째로 본인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엠마입니다. 반갑습니다”

곧이어 수가 반대쪽으으로 눈을 돌려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는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주 무뚝뚝하게 말했다.

“데이먼입니다”


데이먼의 태도와 말투가 앉아있는 다른 이들의 신경을 은근히 거슬리게 했지만 바로 옆에 앉아있던 꼬마 남자아이의 엄마가 호들갑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호호호!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예요 그렇지 않나요? 오늘 날씨가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저는 벌써 오자마자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답니다. 새로운 화폐시스템이 너무 기대가 돼요. 저는 벌써 요 앞 서점에서 최근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눈물, 그것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책을 10번이나 정독했어요. 아주 재밌더라고요 호호 그리고.. “

교육 담당자 Sue는 정신없게 계속 randomly 한 말을 쏟아 내고 있는 여자를 중재시켰다 “아주머니,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아! 미안해요 저는 머들이라고 하고 여기는 제 아들 루니예요. 루니! 인사하렴” 엄마 옆에서 과자를 한 조각 먹고 있던 루니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말에 황급히 과자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겨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루니예요” 여전히 루니는 활짝 웃고 있었다.


루니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아직 소개를 하지 않은 그레이스가 짧게 인사를 덧붙임으로서 간단하게 서로의 이름을 소개하는 시간이 끝났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교육 담당자 Sue는 준비해온 교육자료를 들고 화면이 준비되어 있는 테이블 앞쪽으로 딱딱 거리는 높은 킬힐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 나갔다. 하필이면 바닥도 흰색 대리석이라 구두 소리는 더 귀가 쨍할 정도로 아프게 들렸다. 엠마는 유독 청각이 예민해 약간 얼굴을 찌푸리며 한쪽 귀를 막았다.


“여러분들이 제일 궁금해하실 눈물의 가격을 먼저 알려드리려고 해요” Sue의 이 말에 가장 크게 반응한 사람은 단연코 데이먼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을 켜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Sue에 뒷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먼이 수를 너무 뚫어지게 쳐다봐서 수가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지만 애써 그녀는 그의 뜨거운 시선을 회피하고 화면에 눈물의 종류와 금액을 도식화해놓은 페이지를 띄우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눈물이라는 것은 눈을 보호하면서 나오는 이물질 중에 하나로 눈을 깜빡일 때마다 끊임없이 생성되며 24시간 즉 하루 동안 약 1g에 눈물이 생깁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아 외부로 흐르거나 떨어지진 않죠. 눈물 1g은 10 오슬러로 값을 매깁니다. 지금 현재 햄버거 세트 하나가 10 오슬러 정도 되니까 눈물 1g이면 햄버거 세트를 먹을 수 있습니다”


엄마 옆에서 해맑게 웃고 있던 루니는 햄버거라는 말에 크게 반응하며 옆에 있는 엠마에게 속삭였다.

“누나도 햄버거 좋아해요?” 엠마는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너무 좋아하지! 루니도 햄버거 좋아하는구나? 나중에 누나가 햄버거 사줄게” 하며 윙크를 했다. 루니도 만족스러운지 더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데이먼은 눈물을 1g이나 모아야 햄버거 세트 하나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Sue에 말을 끊고 소리치듯이 물었다. “나는 평생 눈물이 란 걸 흘려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나보고 눈물 1g을 그것도 하루 종일 겨우 모아서 햄버거 따위나 사 먹으라 이 말입니까? 이건 불공평해요! 불공평하다고요!”


Sue가 데이먼을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데이먼 옆에 앉은 머들이 조금 전 보였던 호들갑스럽은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 “지금 여기 그쪽만 당황스러운 것도 아니고 아이도 있으니 조용히 하고 일단 끝까지 듣죠?” 데이먼은 머들의 쌀쌀맞은 꾸짖음에 화가 나 말을 받아치려고 했으나 Sue가 나서서 그를 말렸다. 엠마와 그레이스는 안절부절못하지 못하고 두 눈만 요리조리 굴리며 사람들의 대화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나서고 싶으나 본인들이 저들의 화를 진정시킬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아는 듯했다.


“자 여러분, 갑작스러운 시스템 변경에 여러분들이 많이 당황스러우시다는 점, 저도 100%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미 시스템은 바뀌었고 오늘 저와 여러분은 시간 내에 모든 교육을 받아야만 앞으로 살아가시는데 불편함이 없을 테니 제발 협조 좀 해주세요.”라고 Sue가 뚫어져라 데이먼만 쳐다보면서 말을 이어갔고 데이먼은 화를 누르지 못하고 여전히 씩씩 거리고 있었으나 그 외에 추가적인 말을 덧붙이진 않았다. 계속 시간을 지연할수록 곤란한 건 본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눈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그 종류별로 가격은 모두 다 다르게 책정됩니다. 첫째로, 반사 눈물이 있습니다. 반사 눈물이란 바람이나 먼지, 연기, 양파나 파 같은 물질들 때문에 의도와는 상관없이 몸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로 한 방울에 1 오슬러 (한화 1000원)입니다. 해서 돈 때문에 24시간 내내 양파를 자르거나 억지로 바람이나 먼지를 맞아봤자 눈만 매우 아플 뿐이고 대가로 얻을 수 있는 돈은 겨우 24오슬러니 그런 무모한 일을 하시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엠마는 잠시 상상에 빠져들었다. 돈 때문에 눈물 흘리려고 가수들의 MV 현장에서 쓸법한 초대형 강풍기 앞에 서서 하루 종일 서있거나, 중국 요릿집에서 일주일은 써도 남을 정도 분량의 양파를 계속 자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피식피식 세어 나왔다.


반사 눈물과는 다르게 진정한 인간의 감정에서 비롯되는 눈물인 감정 눈물이 있습니다. 감정이란 것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그 종류를 나열하기 어렵지만 우선 가장 큰 감정 들만 나열해보겠습니다. 행복, 기쁨, 감동, 고통, 슬픔, 억울 등등이 있겠습니다. 감정 눈물은 그 감정의 경중에 따라 가격이 차등 책정됩니다. 감정 눈물은 한 방울당 적게는 햄버거 세트 하나 가격인 10 오슬러에서 많게는 5만 오슬러 (한화 5000만 원)까지 지급됩니다. 그럼 감정이 얼마나 얕고 깊은지를 측정하는 방법이 궁금하겠죠? 여기를 한번 보실까요?


Sue의 책상 위에는 어항처럼 보이는 투명한 유리 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는 작은 유리공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엠마는 그 어항이 그냥 단순히 장식용 스티로폼을 잔뜩 넣어 놓은 어항 인가보다 생각했지만 Sue는 그 많은 유리 공들 중에 하나를 골라 손을 반대방향으로 잡아 비틀어 열었다. 그리고 아주 길고 가느다란 핀셋을 사용해서 눈에 거의 보일까 말까 한 아주 작은 무언가를 조심스레 들어 올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여러분 이 것은 바로 초소형 눈물 로봇 “니블”이라고 합니다.

오늘 교육이 끝나고 나면 여러분들께 모두 한 개씩 나누어 드릴 텐데요. 이 로봇은 머리카락 정도의 굵기로 주로 여러분의 양쪽 눈썹이나 머리카락을 왔다 갔다 하며 여러분의 눈물을 저장하고 그 가격을 측정하게 됩니다. 남자분들 같은 경우에 수염이 있다면 수염 위에도 왔다 갔다 거릴 수 있으며 타인이 보기에는 그냥 머리카락이나 눈썹 털처럼 보이기에 전혀 겉으로 티가 나거나 불편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으로 앞에 놓여있던 교육용 스크린을 향해 버튼을 누르니 초소형 로봇 니블을 몇천 배로 확대한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교육생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화면을 봤다.

화면에 나타난 니블은 네모난 작은 곤충처럼 생겼고 사람 신체 여기저기를 쉽게 이동하기 위해 날개 역할을 하는 부품도 보였으며 몸에 떨어지지 않고 딱 달라붙어 있기 위해 만들어진 4개의 다리 모양 불 품 들도 달려있었다.


“이 니블들은 최첨단 신소재로 되어있어서 부피가 커다란 눈물을 담아도 그 크기나 무게가 절대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물 때문에 로봇에 크기나 무게가 커져서 여러분들 신체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 않습니다. 니블들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 머리카락 사이에서 뇌에 감정을 읽어내고 눈 근처로 다가가 최초 한 방울을 담아냅니다.


물론 감정히 격해지면 사람은 여러 방울에 눈물을 흘리지만 니블은 한 감정당 한 방울에 눈물만을 채취해내죠. 해서 가끔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성통곡을 한다고 해서 그 모든 눈물이 가격으로 측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니블은 아주 똑똑하기 때문에 우는 사람이 얼마만큼 깊은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는지 그 경중을 판단해서 차등한 가격을 책정하고 그 기록을 자동으로 이곳 눈물 트레이닝센터로 보고합니다. 보고 되어진 눈물의 종류에 따라 눈물트레이닝센터에서는 개인의 계좌로 금액을 입금 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스마트폰이 연동되어 여러분들은 휴대폰 안에 눈물 은행 앱을 통해서 실시간 잔액조회와 계좌이체 등등 은행 업무를 하실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을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 생각보다 놀랍고 완벽한 눈물 화폐 시스템에 감격하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담당자 Sue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특히 이 눈물 시스템은 말도 안 된다며 소리를 질러대던 데이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린 채 화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Sue는 사람들의 리액션은 이미 앞선 교육 때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표정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 자 그럼 대략 눈물 시스템의 화폐가치와 측정방식 그리고 사용하는 방법까지 이해가 되셨나요? 이제 이 교육장을 벗어나 눈물 트레이닝 센터 여기저기를 방문하며 앞으로 눈물 화폐를 어떻게 관리하고 이익을 창출할지 배워 보겠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하시고 10분 뒤에 문 앞에서 뵙죠”


그녀는 매우 촌스러워 보이는 굽이 두껍게 깔린 검정 구두 소리를 딱딱거리며 교육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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